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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가면을 쓴 권위주의의 부활

송고시간2019-10-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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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스나이더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민주주의 가면을 쓴 권위주의의 부활 - 1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인류 마지막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졌다. 소련 해체와 동유럽 국가들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누구도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했고 권위주의가 되살아났다. 서구권에서는 경제 성장 둔화와 양극화 속에서 갈등과 혐오가 자라났다.

20세기는 완전히 끝났지만, 세계는 아직도 그 시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신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는 신권위주의 광풍을 조명한다.

전작 '폭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한 그는 오늘날 권위주의가 민주주의의 결함을 파고들며 어떻게 세상을 집어삼키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큰 틀에서 책은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가장한 권위주의를 팽창시키는지 다룬다.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의 장기 집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6년 브렉시트, 2016년 트럼프 당선 등 주요 사건들이 퍼즐처럼 신권위주의 부활이라는 하나의 조각으로 맞춰진다.

저자에 따르면 소련 해체 이후 구소련의 국가 자산을 불법적으로 차지한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가 러시아 권력을 장악했다. 이들은 자신의 부와 생명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통제하고자 푸틴을 새 지도자로 만든다.

2000년 대통령이 된 후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과 부정선거로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한 푸틴은 파시즘 철학자 이반 일린의 사상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고 러시아 제국 복원을 꿈꾼다.

우크라이나를 제국에 합류시키려던 계획이 여의치 않아지자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달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립에 나서며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인하면서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에서 잔혹 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철도, 항만, 국고, 방위 시설, 송전소 등을 해킹해 무력화하는 사이버 공격까지 벌였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이버전의 실효성을 확인한 러시아는 유럽연합을 겨냥했다. 유럽연합을 해체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지도자들과 정당에 유리한 가짜 뉴스와 인터넷 여론 조작으로 브렉시트를 성공시켰다.

다음은 민주주의의 심장 미국이었다. 러시아는 '파산한 부동산 업자'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키기 위한 계획을 짰다.

트럼프는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성공한 사업가를 연기했다. 러시아는 경쟁자 힐러리에 관한 가짜 뉴스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퍼뜨렸다. 결과적으로 1억2천600만명이 페이스북에서 러시아가 퍼트린 콘텐츠를 봤다.

러시아는 미국 민간에도 손을 뻗친다. 미국 사회의 총기 소지를 러시아는 국가적 약점으로 바라본다. 러시아는 미국인들의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면서 총기 로비 집단과 협력한다.

책에는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권위주의로 회귀하려는 러시아의 공작과 이에 휘둘린 미국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선거 과정에서도, 당선 이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운동과 러시아 사이의 연계에 대한 모든 의혹을 '날조'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한 첩보 전문가는 "트럼프는 실제로 직접 러시아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완전히 푸틴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저자는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를 증명하는 수많은 정황을 제시하며 "미국의 주권이 가시적인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대외 정책의 본질은 전략적 상대주의다. 러시아가 강해질 수 없다면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간단한 방법은 그들을 러시아와 흡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의 시도가 성공한 것은 미국이 미국인들이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러시아 연방과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러시아의 개입과 트럼프 당선이 비중 있게 담겼지만, 저자가 궁극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체제의 위기다.

그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선거에 개입한 것은 단순히 어떤 사람을 당선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승리했다는 사실보다 체제 전반이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키. 유강은 옮김. 456쪽. 2만원.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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