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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대립' 통해 본 공정성·검찰개혁…'조국사태'가 남긴 것

송고시간2019-10-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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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대결 속 공정성 최고 화두로…불평등 심화·계급문제 논란

"상처 남았지만 교훈·과제도 적지 않아"…검찰개혁 공감대 '불씨' 당겨

검찰 앞 두 목소리
검찰 앞 두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반포대로 위 도로가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참석자들로 가득하다. 사진 위쪽 누에다리 일대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국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10.12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조 장관 스스로 사의를 밝히기까지, 두달여 동안 한국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진영 간 갈등을 비롯해 치유할 상처가 만만치 않지만, 사회 각 분야의 공정성 제고와 검찰개혁 필요성 등 이번 사태로 얻은 교훈과 과제 또한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많다.

두쪽으로 나뉘어 진영 논리가 지배했다. 정치인들까지 대거 가세한 '광장의 대립'은 곧 '정치의 실종'을 의미했다.

주말마다 서울 서초동에는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진보 단체가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에 질세라 광화문광장에서는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단체가 운집해 세를 과시했다.

정치권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시민사회는 둘로 쪼개져 세 대결을 벌이면서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의 시사점으로 '제도의 무력화'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됐고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수단도 매우 약화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념과 진영에 따라 상식의 기준이 뒤바뀌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며 "거리 투쟁으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진영 간의 다툼으로 점철될 듯한 양상을 보이던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정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장관 딸이 고등학생 시절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 등이 알려지며 공정성은 한국사회의 화두가 됐다.

'검찰 개혁'을 지지하면서도 '조국 수호'라는 구호에는 선뜻 동참할 수 없다는 이들도 많았다. 이를 두고 공정성에 관한 시민들의 잣대가 전보다 훨씬 더 엄격해졌음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국 장관 수호 외치는 촛불들
조국 장관 수호 외치는 촛불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superdoo82@yna.co.kr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이라고 하는 가치와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부딪쳤을 때 공정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청년들을 중심으로 공정성을 외치는 움직임이 있었고, 기성세대가 이를 '이념적 프레임'으로 '낙인찍기'를 하면서 순수성을 훼손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장관이 적격이냐 불법이냐 하는 논쟁보다도 공정한지 그렇지 않은지 논쟁이 더 관심을 끌었다"며 "구조적으로 우리 사회의 계급 불평등이 심해졌고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재생산의 도구'가 됐다는 불만이 누적됐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부모의 사회·문화 자본에 의한 부나 권력의 세습이 기회의 균등이라는 공정성의 가치와 충돌했다"며 "단순히 조 장관의 진퇴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과 대학, 시민사회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의 불씨를 댕겼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과도한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과 법무부는 서로 경쟁하듯 개혁안을 발표했고, 조 장관은 특수부 축소를 뼈대로 하는 검찰 개혁안을 마지막으로 발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에 관해 당·정·청 합의가 이뤄졌고 조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은 충분히 했다"며 "좀 더 불을 지피고 나갔어야 하는데 (사퇴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 교수는 "그동안 검찰 수사의 관행을 개선하는 단초는 마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핵심은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글날 광화문 메운 집회 인파
한글날 광화문 메운 집회 인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9 jin90@yna.co.kr

김윤태 교수도 "검찰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 개혁이라는 의제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교육 공정성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

구정우 교수는 조 장관이 취임 후 내놓은 검찰 개혁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구 교수는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 개혁안은 대통령령 개정 사안으로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고 검찰 개혁을 주장했던 이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실망스럽고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며 "검찰 개혁안이 제대로 갈지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 훨씬 더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를 개혁의 성과로 보기엔 국론 분열의 상처와 비용이 너무 크다"며 "결국 '조국 사태'는 진보의 정치적 이념과 목표가 공정성과 도덕성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겼다"고 지적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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