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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망에 "마음의 병, 간과 안돼"…정신건강 취약한 아이돌

송고시간2019-10-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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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강박·노출된 삶의 압박감·악플 상처 등으로 우울감 겪어

"내성 부족한 상태서 대중 앞에 놓여…스태프 등 주변인 인지 교육 필요"

기획사들 연예인 정신 건강 관리해야…SM 관리 지적도

설리, 숨진 채 발견
설리, 숨진 채 발견

(서울=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오후 3시 21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전원주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최 씨의 매니저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경기 성남수정경찰서가 밝혔다. 매니저는 전날 오후 6시 30분께 최 씨와 마지막 통화를 한 뒤로 연락이 되지 않자 이날 최 씨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최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데뷔 21년 된 그룹 신화의 김동완이 "많은 후배가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8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그가 전 회사 소속 스타인 설리의 사망을 안타까워하며 쓴 소리를 낸 것이다.

김동완은 15일 SNS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섹시하되 섹스하지 않아야 하고, 터프하되 누구와도 싸우지 않아야 하는 존재가 되길 원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_

또 향정신성의약품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짚고는 약물 권유를 방관해선 안 된다며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완이 SNS에 올린 글
김동완이 SNS에 올린 글

[김동완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돌 스타 대다수는 연습생이란 어려운 시절을 거쳐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한다. 그러나 고된 일정 속에서 계속되는 성공에 대한 강박, 사생활 노출로 인한 압박감,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의 상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가 꽤 많다.

설리와 친분 있던 한 걸그룹 멤버는 "근래 설리가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몇 번 했지만…"이라며 "으레 내뱉는 허망함 같은 거로만 여겨서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한 여성 아이돌 스타는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을 3년간 복용 중"이라며 "무대에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을 몇 번 받아 공포감이 생겼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어떻게 무대를 하고 내려온 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트와이스의 미나는 지난 7월 극도의 심리적 긴장 상태와 불안감을 겪고 있다며 활동을 중단했고, 병원에서 불안 장애 진단을 받아 이번 앨범 방송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

샤이니 태민도 지난 인터뷰에서 계속 새로운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보이는 삶이어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사건 사고도 조심해야 하는 것도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인 10대에 데뷔한 이들은 기획사 시스템대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활동 무대가 '세상의 전부'라 여기며 산다. 그 안에서 심리적인 취약함에 놓이고 이를 극복할 시간 여유조차 갖기 어렵다. 최근, 세계를 누빈 방탄소년단의 한달여 휴가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SNS 시대에선 이들은 한층 더한 고위험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비단 아이돌 스타가 아니어도 유명인이라면 겪는 고충이겠지만, 선망의 모델인 아이돌은 10~20대의 적극적인 관심 대상이어서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악성 글에 극심한 압박감을 갖게 된다.

성적인 조롱을 당하기도 하고,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사소한 말과 행동에 과도한 비난을 받으며 '사과'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단지 연애만 해도 "팬들에게 송구함"을 표현해야 할 정도다. 여러 아이돌 스타는 사석에서 "연애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연예인 설리 사망…경찰 "극단적 선택" (CG)
연예인 설리 사망…경찰 "극단적 선택" (CG)

[연합뉴스TV 제공]

지난 14일 사망 소식이 알려진 설리도 2005년 11살에 아역 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가수의 길로 나섰다. 그러나 2014년 7월 악성 댓글과 루머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심신이 지쳐있다면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15년 8월에는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알렸다. 활동 중단을 통해 이미 '마음의 병'이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구로구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박종석 원장은 "어린 나이에 데뷔한 분들은 정신적인 우울과 불안, 과도한 관심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중 앞에 놓인다"며 "청소년 시절 또래 집단과의 유대가 주는 안정감 등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빨리 어른이 되지만 무리하게 수동적인 성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존감 등에서 많은 결핍이 나타나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강박과 적응의 문제가 생긴다"며 "가족과 공유한 시간이나 친구들과의 경험을 갖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대한 보상만큼, 과도한 경쟁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열등의식이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어린 나이의 스타를 길러내는 기획사들의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2월 샤이니 종현이 세상을 등지면서 "남 일 같지 않다"던 주요 기획사들이 대처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반복된 비보가 들려온 만큼, 이들의 심리적인 취약함에 적극적으로 대비했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강문 대중음악 평론가는 "SM이 아이돌 문화를 정착시킨 곳이고 이 회사 시스템이 K팝 전반에 정착했다"며 "반복된 문제가 생겼으니, 혹시 트레이닝 구조에서 심리적인 문제점을 심화하는 요인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 절대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기획사로서 연예인 케어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면서도 SM 관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유명 기획사 이사는 "아픔을 한번 경험한 SM이 이미 심리적인 징후를 나타낸 설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했어야 한다"며 "결과론이겠지만, 아무리 악플을 극복한다는 취지여도 녹화 때마다 악플을 대면하는 프로그램('악플의 밤')에 떨어뜨려 놓는 것은 다소 위태해 보였다"고 꼬집었다.

'악플의 밤' 스틸컷
'악플의 밤' 스틸컷

[JTBC2 제공]

다수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의 심리적인 건강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명 회사들이어서 영세한 기획사의 경우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다.

또 다른 기획사 부사장은 "최근 정신 분야를 공부한 상담사를 회사로 들여 연예인이 시간이 될 때 자율적으로 상담받도록 했다"며 "기획사에선 '참아라, 목표에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상담사는 충분한 공감을 해주며 다른 측면의 위로를 해줘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박종석 원장도 과거에는 설리와 같은 문제가 특별한 소수인 연예인,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 마련이었지만, 요즘은 엠넷 '프로듀스 101'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개선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대형기획사들이 대학병원과 연계해 연습생 시절부터 정신 상담 프로그램을 갖고 있긴 하다"며 "그러나 활발히 활동하는 연예인과 전문의의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놓아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예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매니저나 주변 스태프, 연예인 가족의 정신적인 인지 교육이 더 중요하다"며 "우울증 전 단계가 번아웃 등인데, 가장 중요한 게 고위험군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주변인들이 캐치해 의사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상담받도록 해야 한다. 주변의 교육과 조기 발견, 조기 진단 시스템을 만드는 게 재발을 막는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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