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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행렬도 토기에 나타난 고구려 문화요소는 무엇일까

송고시간2019-10-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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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벽화와 유사한 수렵·무용 그림 있어…"당시 신라는 토우 사용"

경주 쪽샘 44호분, 시신 두는 매장주체부 조사 남아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행렬도 토기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행렬도 토기

[촬영 박상현]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라 문화는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보통 이전 시대 문화가 그대로 남아서 중첩됩니다. 무덤 둘레에 토기를 묻는 행위는 고구려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토기의 행렬도 그림에서는 북방 영향이 확인됩니다."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자인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16일 통화에서 경주에 있는 신라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덜넛무덤)인 쪽샘 44호분 출토 토기에 대해 여러 차례 '고구려 문화'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5세기 중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는 기하학 문양을 반복해 그리고, 다양한 인물과 동물을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사람과 동물 그림이 개별적으로 들어간 신라 토기는 적지 않지만, 이처럼 행렬도로 보이는 회화를 새긴 토기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뾰족한 선으로 명확하게 형태를 표현한 그림을 보면 말을 탄 사람, 활을 든 사람, 춤을 추는 사람이 또렷하게 확인된다. 개와 사슴, 멧돼지로 추정되는 동물도 있다.

강현숙 동국대 교수는 "주인공이 말을 타고, 한쪽에서는 춤을 추고 사냥하는 행렬은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도와 수렵도를 연상시킨다"며 "신라인이 저승으로 가는 과정을 그린 듯하다"고 강조했다.

쪽샘 44호분을 조사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종훈 소장은 행렬도가 독특하다는 시각의 근거로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 장경호'를 제시했다.

국보 지정 유물 두 점 중 한 점인 경주 계림로 30호분 출토 장경호(長頸壺·긴목항아리)는 기하학 문양을 새기고 흙으로 만든 인형인 토우들을 목과 어깨 부분에 다닥다닥 붙였다.

이 소장은 "5세기 신라 토기는 대개 인물과 동물을 토우로 표현했는데, 쪽샘 44호분 토기는 그림을 새겼다는 점에서 고구려와 연관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림에 나타난 요소들은 고구려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평가되지만, 장경호라는 토기 형태나 선각화(線刻畵)는 신라 문화 요소로 판단된다는 견해도 있다.

미술사를 전공한 서윤경 한국미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산 임당 고분에서 나온 토기도 눈금이 여러 개인 다치구(多齒具)라는 도구로 인물을 표현했다"며 "선묘는 신라의 고유한 기법 같다"고 말했다.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모습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모습

[촬영 박상현]

전호태 교수는 쪽샘 44호분 토기에서 신라와 고구려 문화가 혼재돼 나타나는 이유를 당시 정세에서 찾았다.

그는 "고구려 광개토왕이 400년 남정을 통해 신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김해 금관가야 세력에 큰 타격을 주면서 한반도 동남부 정세가 크게 변한다"며 "이후 신라는 고구려의 속국과 유사한 위치에 있었기에 고구려로부터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2007년 쪽샘 44호분 위치를 확인하고 이듬해 시작한 조사에서 무덤 규모를 파악한 뒤 2014년 본격 발굴에 들어갔다.

무덤 주위에 두른 돌인 호석(護石) 주변에서 신라 행렬도 토기 조각들을 수습한 연구소는 이제 돌을 쌓아 올린 적석부와 시신과 부장품을 두는 매장주체부를 조사한다.

쪽샘 44호분은 신라 금관과 금허리띠, 국보로 지정된 기마인물형 토기 등이 발견된 금령총(金鈴塚)과 고분 규모가 비슷하고, 격이 높은 지상식 무덤이어서 매장주체부에 가치 있는 유물이 남았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대홍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적석목곽묘 적석부를 구조적 측면에서 조사하는 첫 사례로, 토목공학과 지질학을 가미해 연구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매장주체부 발굴도 보존과학 전문인력과 함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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