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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고 갈라진 표면서 우연히 피어난 예술

송고시간2019-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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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 보스코 소디, 조현화랑서 첫 한국 개인전…회화적 실험 돋보이는 부조 전시

"랜덤함 즐긴다…작품 스스로 일으킨 균열이 작품을 돋보이게 해"

보스코 소디, Untitled (BS 2770), 캔버스에 복합 매체, 92x73cm, 2018
보스코 소디, Untitled (BS 2770), 캔버스에 복합 매체, 92x73cm, 2018

[조현화랑 제공]

(부산=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고대 중국인들이 거북 등껍질에 불을 놓아 점을 치던 일에서 비롯된 '균열'(龜裂)은 어감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멕시코 유명 작가 보스코 소디에게 '균열'은 30년간 이어온 예술의 열쇳말이다.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에 전시된 소디의 회화와 조각 모두 갈라지고 터진 흔적이 선명하다.

소디는 바닥에 눕힌 캔버스에 톱밥과 각종 섬유, 안료 등을 뭉친 반죽을 마구 던진다. 그 위를 주먹으로 쾅쾅 치거나 나뭇가지로 휘휘 젓기도 한다. "작가와 캔버스가 에너지를 교환하고 공감하는"(보스코 소디) 작업 과정은 하나의 퍼포먼스다.

작품 표면에서 갈라짐이 처음 포착된 순간, 작업은 중단된다. 거칠고 풍부한 질감의 부조회화에서는 시간과 더불어 평면에서 입체로 탈바꿈한 물질의 흔적과 작가가 몸으로 부대낀 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현화랑의 보스코 소디 개인전 전경
조현화랑의 보스코 소디 개인전 전경

[촬영 정아란]

최근 화랑에서 만난 작가는 "균열은 우리가 예측할 수도, 어쩌지도 못하는 것"이라면서 "작품이 자연스럽게 건조하면서 스스로 균열을 일으키는 그 순간과 양상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는 소디 고향은 멕시코 남서쪽 오하카. 5살 무렵 어머니 손에 이끌려 미술치료를 받은 뒤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 기억을 생생히 기억한다. 다른 분야를 공부했음에도 작가가 된 것은 필연이었다.

소디는 붓 대신 손을 쓴다. 안료와 섬유, 톱밥 등은 작업장이 있는 오하카와 뉴욕을 비롯한 각지에서 구한 천연 재료다. 불시착한 운석처럼 보이는 둥근 조각도 오하카의 흙을 구워 빚은 것이다. 저마다 고유의 풍토를 간직한 재료와 시간 흐름에 기댄 작업은 제각각이다. "랜덤함을 즐깁니다. 인생도 매뉴얼대로 따라가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랜덤하게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해요." 작가가 싱긋 웃었다.

풍부한 질감이 인상적인 보스코 소디 소품
풍부한 질감이 인상적인 보스코 소디 소품

[촬영 정아란]

소디의 대형 부조회화는 시장에서 억대에 거래된다. 일본에도 소디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가 다수다. 한국에는 조현화랑 개인전을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흑백조 회화 10여점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작업한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몸을 낮춘 작가가 사회에 그 '운'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오하카 소재 작가 레지던시인 '카사와비'다. 일본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카사와비는 명성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작가에게 작업장을 제공한다. 지난 5년간 300명 이상이 카사와비를 거쳤고 한국 작가 2명도 곧 입주한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보스코 소디
보스코 소디

(부산=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멕시코 출신 미술가 보스코 소디가 최근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 조현화랑에서 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2019.10.20. airan@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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