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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재명 재판으로 새삼 주목 탄원·진정, 양형에 영향?

송고시간2019-11-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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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근거 없으나 양형시 참고자료 활용…상고심은 '양형심리' 없어 영향 제한적

상고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형벌 책임주의' 따지면 영향 이론상 가능

항소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는 이재명 지사 2019.9.6.
항소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는 이재명 지사 2019.9.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상고심 재판을 맡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이 지사를 '선처해달라'는 탄원서와 '엄벌해달라'는 진정서가 답지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대법원에 제출된 이 지사 관련 문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12일 현재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358건,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201건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사건에 비해 현격히 많은 것이라고 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그렇다면 탄원서나 진정서는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일단 탄원서나 진정서에 대해 언급한 현행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법적으로 인정되는 효과는 없다. 탄원서와 진정서가 재판 심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식 소송자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13일 "현행법 규정에 탄원서나 진정서와 관련된 조항이 있지는 않다"며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따지면 탄원서나 진정서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 규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게 전·현직 판사들의 설명이다.

1,2심 재판부가 형량을 판단하는 절차(양형 절차) 등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소속된 한 판사는 "유력한 사건 관계인이 낸 탄원서나 진정서는 재판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을 수 있어 참고 차원에서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용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1·2심에서는 재판부가 형량과 관련한 판단을 내릴 때 탄원서와 진정서는 유·불리한 정황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탄원서 제출하는 경기도의원들
이재명 탄원서 제출하는 경기도의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최종심인 상고심에서 탄원서나 진정서가 양형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은 1·2심에 비해 떨어진다. 형사소송법상의 규정 때문이다.

상고심 재판에서는 당사자가 상고한 내용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은 형량과 관련해서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경우에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 지사처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양형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여지가 없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징역 10년 미만의 형량에 대해서는 그것이 부당하다는 이유로는 2심 판결을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확하다"며 "따라서 이에 대한(10년 미만 징역·금고형, 벌금형 등의 양형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법원 재판에서는 탄원과 진정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바꾸면 '그렇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은 대법원이 징역·금고 10년 미만으로 선고된 2심의 양형에 대해 직접 판단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형량이 그가 저지른 불법행위 책임에 상응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있다는 '법이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재명 지사의 혐의가 유죄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더라도 도지사 당선을 무효로 할 정도의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피고인의 범죄 책임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법 이론상의 '형벌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는 대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심 재판부의 형량이 부당한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형량이 형벌 책임주의에 맞는지 여부를 재판 당사자가 상고의 이유로 삼을 수 있고, 대법원이 그에 대해 판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법 이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심이 선고한 형량이 부당한지 여부가 아니라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 책임에 상응하는 형량인지에 대해선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형벌 책임주의'에 입각한 양형의 적절성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가 판단할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탄원 또는 진정서가 판결에 영향을 줄 여지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 10년 미만의 형량에 대해 '형벌 책임주의에 벗어나는 형량'이라고 대법원이 판단한 전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든 판결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확인된 판결 중 형벌 책임주의를 이유로 2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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