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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주 52시간제 대책' 유연근로제 놓고 노정관계 살얼음

송고시간2019-11-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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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유연근로제 대폭 확대 요구…노동계 "주 52시간제 무력화"

노동계-정부 정면충돌 조짐…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또 파행 우려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와 국회의 법 개정 논의(CG)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와 국회의 법 개정 논의(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노정관계가 다시 한번 얼어붙을 위기를 맞았다.

내년 1월부터 50∼299인 기업에서 시행에 들어가는 주 52시간제의 안착을 위해 국회의 법 개정과 정부의 행정 조치로 유연근로제를 확대할 경우 노동계와 정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연근로제는 기업이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탄력근로제도 여기에 속한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일정한 단위 기간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법정 상한을 넘지 않는다면 특정한 주의 노동시간은 상한을 넘어도 된다.

◇ 야당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론 불충분"…노동계 반발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여러 건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에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올해 2월 합의를 반영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안도 포함돼 있다.

경사노위가 내놓은 사회적 합의는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고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사노위 합의를 넘어서는 유연근로제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유연근로제의 대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포함한 유연근로제 (확대) 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 업무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정부에 제출한 '유연근로제 개선 건의 사항'에도 들어있는 내용이다.

선택근로제는 일정한 정산 기간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다. 탄력근로제와는 달리 하루 노동시간의 상한이 없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재난에 대응해야 할 경우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로,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재량근로제는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실제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을 넘어도 상관없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와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 확대는 정부의 시행규칙과 고시 개정으로도 가능하다.

정부 여당에서도 경사노위 합의 이상의 유연근로제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3일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작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좀 더 많은 예외 규정을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도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행정 조치를 통한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더라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 확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기업의 요구대로 유연근로제를 확대할 경우 주 52시간제 자체가 무력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탄력근로제(개선 방안)도 시행해 보지 않고 추가적인 보완책을 시행한다면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사노위 합의+α' 법 개정하면 노정 충돌 불가피

일각에서는 여당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끝내 입장 차이를 못 좁혀 연내 법 개정이 무산될 상황이 되면 정부는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단 다음 주까지는 국회의 법 개정 논의를 지켜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사노위 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유연근로제 확대에 나설 경우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노동시간 단축 기조가 후퇴할 경우 "한국노총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이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온 것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사노위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국회가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검토 중인 보완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방안에 대해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가 또 한 차례 정면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양대 노총이 한동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양대 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노정관계가 다시 경색되면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도 파행에 빠질 수 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반발한 근로자위원 3명의 보이콧으로 올해 3월부터 파행을 겪다가 위원의 대폭 물갈이라는 고육책으로 최근 2기 출범을 하고 겨우 사회적 대화를 재개한 상태다.

경사노위에서 노동계를 대변해온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면 경사노위의 파행은 불가피하다. 양극화를 포함한 사회 문제 해결의 밑그림을 그릴 사회적 대화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이 내년 1월 위원장 선거를 하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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