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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홍콩] ④'제2의 톈안먼' 우려 속 '직선제 꿈' 이뤄질까

송고시간2019-1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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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중국화'에 반발…'치솟는 집값'에 젊은층 좌절감

정부-시위대 '치킨게임' 극한대치…타협 가능성 난망

지난 11일 집회에서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지난 11일 집회에서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선양=연합뉴스) 안승섭 차병섭 특파원 = 홍콩 시위사태 장기화는 홍콩이 직면한 구조적인 정치·경제적 문제와 직결된 것이라서 탈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시위를 촉발한 것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었다.

송환법은 홍콩 정부가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한때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이러한 기세에 결국 홍콩 정부는 더는 송환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등 송환법 사태의 수습방안은 물론 행정장관 직선제라는 자치권 문제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홍콩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인 영국에서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으로 반환된 후 중국화가 가속되는 데 대한 반발 등 정치적 문제와 집값 폭등으로 인한 좌절감 등 경제 문제가 이번 시위사태의 기저에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성조기를 든 시위대
미국 성조기를 든 시위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화'에 반발…'치솟는 집값'에 좌절감도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은 후 50년간 홍콩이 현행체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고도의 자치를 누린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중국 정부는 '홍콩의 중국화'를 추진했고,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후 홍콩 독립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 대 홍콩 강경책을 밀어붙였다.

대표적으로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부에는 공공소란죄 등의 명목으로 징역형이 선고됐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은 강제로 해산됐다. 정치적 이유로 정당이 해산되기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 시위의 명분이 된 송환법 반대 역시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반감과 중앙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홍콩 시위 현장에서는 과거 영국 통치 시절의 홍콩 깃발이나 미국 성조기 등을 들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훼손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목격됐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집값 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의 분노 게이지가 높아진 상황이었고, 이들이 이번 시위의 주력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홍콩인의 월급 중간값은 약 240만 원에 불과하지만, 20평짜리 아파트가 20억원을 넘어서니 홍콩의 젊은이들은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5만6천 달러에 달해 선진국 수준이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은 저개발국 수준인 34.5홍콩달러(약 5천300원)에 불과해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하다.

더구나 홍콩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데는 중국 본토인들이 매년 수만 명씩 홍콩으로 밀려 들어오고, 홍콩을 '재산 도피처'로 여기는 중국 부자들의 '검은돈'이 쏟아져 들어온 탓이 컸다.

반면 중국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미국 등 서방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위현장의 화재
시위현장의 화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시위대 극한대치…타협 가능성 난망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 속에 정부와 시위대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폭력 충돌을 반복하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최근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군의 무력 진압 가능성이나 '제2의 톈안먼(天安門)' 재연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정치적 자유 대신 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사태의 해결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 9월 집값 문제와 관련, 홍콩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홍콩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콩 부동산 재벌이 보유토지를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며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주택가격 안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중국정부가 홍콩 대신 인접한 광둥성 선전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 불리는 홍콩의위상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위대는 미국 등 서방의 개입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고, 실제 미국 의회가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에서의 특별한 지위를 제한할 수 있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으로 대립할지는 미지수다.

홍콩에서는 5개월 넘는 시위 동안 지하철 역사 등 사회기반시설이 망가지고 대규모 인원이 경찰에 체포되거나 집회 과정에서 다쳤다.

또 홍콩 사회 내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한 만큼, 시위가 마무리된 후에도 단시일 내 상처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산 혁명에 이어 다시 한번 직선제를 내걸고 민주화 쟁취에 나선 홍콩인들의 꿈이 이뤄질지, 중국의 '절대권력' 앞에 현실적인 타협에 머물게 될지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훼손된 지하철
시위 과정에서 훼손된 지하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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