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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문 연 최명길, 이름 버렸지만 나라 살렸다"

송고시간2019-12-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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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기 명지대 교수, '최명길 평전' 통해 재조명

"정치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책임감, 유연함, 정확한 판단력"

'최명길 평전' 펴낸 한명기 교수
'최명길 평전' 펴낸 한명기 교수

[보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병자호란 당시 최명길(1586∼1647)은 강화 협상을 요구한 소수파였다. 김상헌(1570∼1652)을 비롯한 문신 대부분은 오랑캐로 간주한 청과 화의를 거부한 척화파였다.

남한산성에서 고립무원 처지가 된 인조는 결국 성을 나가기 위해 청군과 치욕적 조약에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삼전도에서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를 하고서야 서울로 귀환했다.

역사는 최명길이 주장한 대로 흘러갔으나,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야박했다. 소인은 기본이고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진회(秦檜·여진족과 화친한 송나라 재상)보다 더한 간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김상헌은 지조와 절개를 지킨 상징적 인물로 인식됐다.

최근 '최명길 평전'(보리 펴냄)을 출간한 조선시대사 연구자 한명기 명지대 교수는 2일 종로구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명길은 간신이라고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백성과 국가를 구제하고자 했다"며 최명길 재평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상헌은 시대가 바란 원칙주의자였습니다. 오랑캐인 만주족과는 어떤 접촉이나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했죠. '무차별적 원칙론'을 고수했다고 할까요. 최명길은 명분보다 조선이라는 왕조와 국가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선택적 원칙론'을 펼친 거죠. 병자호란 때 척화파와 주화파 비율은 각각 95%와 5%였습니다."

전주최씨 가문인 최명길은 19살에 과거에 급제했고, 1623년 인조반정에 가담해 1등 공신이 됐다. 병자호란 때는 이조판서에 올랐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최고 벼슬인 영의정을 지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최명길 졸기(卒記·망자에 대한 평가를 적은 글)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첫 문장은 "사람됨이 기민하고 권모술수가 많았다"인데, 마지막 부분에는 "역시 한 시대를 구제한 재상이라 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한 교수는 "청이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조선에 대한 압력이 대폭 약해졌는데, 이때부터 최명길을 욕하는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며 "그러나 조선이 청에 의해 망했다면 지금도 한반도는 중국 영토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명길이 주화론을 지지한 데에는 가문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한 교수는 봤다. 최명길 부친인 최기남 스승이 성혼이었는데, 성혼은 임진왜란 때 주화론을 주장했다. 또 그는 최명길이 성리학과는 다른 양명학을 접한 점에도 주목했다.

한 교수는 "위당 정인보는 최명길이 양명학자가 분명하다고 했지만, 후손들은 이 사실을 쉬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에 민족문화추진회가 펴낸 문집도 문중이 소유한 자료 중 3분의 1만 실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명길은 선양(瀋陽)에서 풀려난 포로들이 조선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고 자는 문제를 걱정했고, 고향에 돌아온 여성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며 따뜻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여 여러 외교 문제에 직면한 현실에서 최명길이라는 인물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즉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한 교수는 "비판과 반박은 쉽지만, 새롭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정치인은 책임감, 유연함,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을 잡으면 국가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한 나라를 대상으로 고차방정식을 풀 때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죠. 최명길은 병자호란 이후 망가진 나라를 치유하고 갈가리 찢긴 민심을 수습하고자 했습니다. 경세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명길 평전'
'최명길 평전'

[보리출판사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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