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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에 국가배상금 660억원 확정

송고시간2019-12-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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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청구권에 일반적 소멸시효 적용안돼" 첫 판시

1976년 구로공단 항공촬영
1976년 구로공단 항공촬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빼앗긴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660억여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5년)가 재판 쟁점이 됐지만, 대법원은 중대한 인권 침해 등이 발생한 과거사 피해자에 대해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모씨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660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

'구로공단 분배농지' 사건은 1961년 9월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 땅 약 30만평을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해당 땅이 1950년 4월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라 서울시에서 적법하게 분배받은 것이라며 1967년 3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하지만 구로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당시 박정희 정권은 권력기관을 동원해 대대적인 소송사기 수사에 착수했다.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들뿐만 아니라 농림부 등 각급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들까지 잡아들였다.

정부는 이 수사기록을 내세워 민사재판 재심을 청구했고 1989년 다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7월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이후 피해 농민과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고, 민사 소송에도 재심을 청구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1·2심과 같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정부 측의 소멸시효가 완료됐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사 사건에 대해 민법상 소멸시효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작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적용했다.

민법과 국가재정법 등에 따르면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 5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국가배상 청구권 은 '시효 소멸'하지만, 당시 헌재는 공권력 피해자들과 일반적인 경우를 동일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장기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심은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음을 전제하면서도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원심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으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에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명백히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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