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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미수 피고인 2명 법정서 뜨거운 눈물 흘리다

송고시간2019-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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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올 것"…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 집유 선고하며 위로

책·차비도 건네며 "아름답고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 끝까지 써달라" 당부

울산지방법원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법정에 선 청년들에게 재판장이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위로와 함께 선물과 차비를 건넸고, 청년들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어렵게 성장한 A(29)씨는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사망하면 큰 충격을 받았다.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마저 원만하지 못했던 A씨는 결국 스스로 삶을 등지리라 결심했고, 동반 자살을 하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B(35)씨와 C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8월 10일 울산에 모여 자살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했고, A씨는 이 비용을 마련하려고 휴대전화까지 팔았다.

이들은 이튿날 한 여관방에서 자살을 실행에 옮겼지만, 다행히 A씨와 B씨는 실패했고 C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구조됐다.

A씨와 B씨는 서로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특히 사람을 모으고 도구를 준비한 A씨는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저를 부모로 여겼던 여동생에게 미안해서라도 용기를 내서 살겠다'는 반성문을 제출했고, A씨 여동생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행복해서 오빠를 돌아보지 못했다. 이제 오빠를 지켜주고 싶다'는 탄원서를 냈다.

구치소에서 A씨와 함께 생활한 한 재소자도 'A씨의 가정사와 범행 경위를 듣고 마음이 쓰여 위로했다. 이제 A씨는 많은 격려와 조언을 듣고 삶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재판장께서 A씨에게 따뜻한 말과 희망을 전해주고, 선처해 달라. 범죄자지만 염치없이 부탁드린다'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1393 전화
1393 전화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두 피고인에게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할 위험이 큰 범죄라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삶의 의지를 다지며 다시는 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선고 이후 따로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피고인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 말씀'이라며 읽어 내려갔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이제까지 삶과 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전 형의 선고로 모두 끝났지만,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이 각자 써 내려가야 한다"면서 "그 남은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를 기원하며, 설령 앞으로의 이야기가 애달프다 해도 절대 도중에 끝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 사람이 생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사연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게 됐고, 듣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이야기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는 "외람되게도 여러분의 이번 판단이 착각이고 오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확신컨대 지금보다 좋은 날이 분명히 올 것이고, 아직 오지 않은 날을 누릴 생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여러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면 강제로라도 구금해야 하는 것 아닌지 깊이 고민했다"면서 "다행히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긍정적 징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결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피고인들에게 각각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책 1권씩을 선물로 전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까지 처분하고 여동생 집까지 갈 차비마저 넉넉지 않았던 A씨에게는 "밥 든든히 먹고, 어린 조카 선물이라도 사라"며 2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그저 두렵기만 했던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격려와 응원을 받은 두 피고인의 볼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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