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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주먹 쥔 한상균과 고개 숙인 도법스님

송고시간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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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 24일간 조계사 은신…종교시설 '소도' 논쟁 불붙어

주먹 쥔 한상균과 고개 숙인 도법스님
주먹 쥔 한상균과 고개 숙인 도법스님

조계사에 은신하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015년 12월 10일 오전 조계사 관음전에서 나와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2015년 12월 10일 오전, 조계사 주변은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오전 10시 25분께 한상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 그동안 은신하던 관음전에서 나왔다. 대웅전에서 삼배를 하고 자승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과 면담한 후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조계사 정문으로 나가 경찰에 체포됐다. 조계사에 은신한 지 24일 만이었다.

한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 불응,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이었다. 2014년 5월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지만 출석하지 않았고, 2015년 노동절 집회에서는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경찰을 피해 왔다. 그러다 11월 14일 1차 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후 경찰 포위망이 강화되자 이틀 뒤인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연합뉴스가 2015년 12월 10일 12시 3분 발행한 사진은 한 위원장이 관음전에서 나온 직후 모습이다. '관음전 나서는 한상균 위원장'이란 제목 아래 "조계사에 은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화쟁위원장 도법스님과 함께 그동안 은신했던 관음전을 나서고 있다"란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입술을 앙다물고 불끈 쥔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 한 위원장과 고개를 숙이고 걷는 도법스님의 모습이 뚜렷이 대비한다. 떠나는 자는 힘이 넘치고 떠나보내는 자는 조용하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심경이 반영된 듯한 모습이다.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이후 종교시설의 '소도'(蘇塗)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종교시설은 사회적 약자를 품는 성지여야 한다, 반면 수배자는 종교를 이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소도는 삼한 시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낸 성지로, 죄인이라도 이곳으로 도망을 오면 잡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범법자라도 종교시설로 피신하면 내쫓지 않고, 공권력 역시 종교단체 허락 없이는 들어가 체포하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 불문율로 작용해왔다.

1970∼1980년대 대표적인 소도는 명동성당이었다. 이곳은 시위 학생과 시국사범의 최후 보루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잦은 농성과 장기 피신으로 불편을 겪자 더는 농성이나 피신을 위한 장소로 이용하는 것이 불허됐다.

이후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조계사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집회와 관련해 수배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간부와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이곳에 몸을 숨겼고, 2013년에는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박태만 당시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은신했다.

한 위원장 사태가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됐지만, 조계종이 겪은 후유증은 컸다. 도법스님은 보수 측에서는 범죄자를 비호한다는 비판을, 진보 측에선 한 전 위원장을 경찰에 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법스님은 2017년 나온 평전 '길과 꽃 : 도법 스님 1966∼, 끝나지 않는 생명의 순례'에서 "불교는 세상의 아픈 곳을 보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위원장 자진 출두 결정을 끌어낸 데 대해 "당사자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중도적으로 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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