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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챔버 음악감독 김민 "50여 년 만에 오디션 보는 기분"

송고시간2019-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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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5주년 맞아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도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김민(77) 음악감독은 1987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해외에 갔던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는 당시 오케스트라(서울바로크합주단)와 함께 워싱턴 케네디센터와 뉴욕 등에서 공연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우리나라 체임버오케스트라가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케스트라를 그토록 오랫동안 이끌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 건 아마도 힘들었던 시절, 하지만 그 곤경을 돌파하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로크합주단,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실내악을 주로 하는 악단이다. 국내 음악계의 비주류인 클래식. 클래식 중에서도 비주류인 실내악을 꾸준히 해오기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제가 음악감독을 맡고 나서 7년간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확신할 수는 없었어요. 우리가 여기서 하는 음악 작업이 맞는 것일까? 계속 의문이 들었죠. 그런데 미국에서 좋은 리뷰를 받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아 여기서 실내악을 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가능성이 보이는구나. 그렇게 또 꾸준히 하다 보니 40년 가까이 흐른 것 같습니다."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2.15 mjkang@yna.co.kr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내년 55주년을 맞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체임버오케스트라다. 김 감독은 내년이면 이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 40년이 된다.

오랜 클래식 팬이라면 서울바로크합주단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할 수 있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은 1965년 서울대 음대에서 첼리스트 고(故) 전봉초 교수가 현악 전공 학생 16명을 모아 만들었다. 당시 학생으로 참여했던 김 감독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80년부터 이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로 개명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바흐와 헨델에서 벗어나 좀 더 규모를 키워 하이든, 모차르트의 교향곡, 베토벤 초기까지 레퍼토리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목관악기가 추가되면서 이제는 35명 안팎으로 규모가 커졌다.

국고 지원을 받지 않는 음악 단체가 55년간 명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정적인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원들이 다 다른 일을 해야 했어요. 음대 상급반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의 멤버들도 있었고, 교수들도 있었죠. 밥벌이해야 하니 고정적으로 만날 시간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주로 새벽에 모여 연습했습니다. 요즘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간을 정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그들은 시간을 쪼개서 하는 연습으로 "1천회가 넘는 연주"를 했다. 이 가운데 해외 연주는 약 140회에 이른다. 퀸 엘리자베스 홀,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비엔나 뮤지크페라인 등 세계적인 콘서트홀과 유명 해외 페스티벌에도 초대됐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넓히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내년 창립 55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바로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내년 12월22일까지 모두 10차례의 공연을 통해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을 연주한다. 핀란드를 대표하며 전 잉글리시체임버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랄프 고토니가 지휘를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프리데만 아이히혼, 비올라 알렉시아 아이히혼, 피아노 손정범, 플루트 칼 하인츠 슛츠가 나선다.

"46개의 모차르트 교향곡을 끝내려면 어마어마한 연습이 필요할 거예요. 뭐라고 할까요. 수학에서 미적분을 끝내고, 사법시험에서 육법전서를 끝내는 것과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쉽지 않지만, 필생의 작업으로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간 잘 해내면 1~2년 안에 오케스트라에 좋은 변화가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는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에 모든 걸 다 쏟아붓고 있으니, 요즘은 초긴장 상태에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탓에 밤에 자다가도 여러 번 깬다고 한다. 그만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꼭 넘어야 하는 산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첫 연주가 중요하니까요. 요즘 제 인생을 걸고 '올인'하고 있어요. 제가 이번에 악장으로 연주하는데, 요즘 50여 년 만에 오디션 보는 기분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2.15 mjkang@yna.co.kr

그가 음악을 시작한 건 전쟁의 포화가 채 꺼지지 않았던 1950년대였다. 중학교 입시를 앞둔 초등학교 6학년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한다. 음악을 하면서 독주보다는 합주가 늘 그를 사로잡았다. 고교 재학시절에는 첼리스트 정명화와 트리오를 구성해 활동했고, 대학 때와 유학 시절에도 늘 실내악단과 함께했다. 그는 여러 사람과 함께 "좋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의지로 시간의 풍화를 견뎠고, 결국 지난 39년간 성공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진화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앙상블은 금방 이뤄지지 않아요. 콰르텟이건, 체임버건, 오케스트라건. 클래식은 전통이 중요합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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