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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겨울만 오면 '군고구마 아저씨'로 변신…19년째 봉사

송고시간2019-12-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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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이웃사랑모임 조수현 씨, 아픈 어린이·이웃 치료비 기부

연말연시 10일간 군고구마 장사로 모금…"삶의 활력소…봉사 수혜자는 나 자신 같다"

조수현 씨 [촬영 김용태]

조수현 씨 [촬영 김용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365일 중 10일. 군고구마 장사로 모금하는 이 시간은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울산에는 연말연시만 되면 어느새 나타나 고구마를 굽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수현(51)씨와 그가 이끄는 봉사단체 '이웃사랑모임' 회원들이다.

조씨는 2001년부터 올해로 19년째 겨울철마다 군고구마를 팔아 얻은 수익금을 울산 지역 아픈 어린이의 긴급 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전액 기부하고 있다.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대상자에게 전달한다.

지난해까지 기부한 금액은 모두 2억5천500여만원에 달한다.

조씨는 올해도 회원들과 함께 북구 연암동 연암우체국 인근에 자리를 잡고 23일부터 고구마를 굽기 시작했다.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내년 1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 군고구마 장사를 한다.

매년 딱 10일간이다.

드럼통에 장작을 넣어 불을 지피고, 그 안에 고구마를 차곡차곡 넣어 25∼30분 정도 은근히 익히면 겉은 보기 좋기 그을리고 속은 노랗게 익은 군고구마가 완성된다.

조씨와 회원 1명이 능숙한 솜씨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자 곧 군고구마가 수북이 쌓인다.

군고구마는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상자에 포장된다. 가격은 상자 1개에 1만원.

고구마 굽는 이웃사랑모임 조수현 씨(오른쪽)와 유수종 씨(왼쪽) [촬영 김용태]

고구마 굽는 이웃사랑모임 조수현 씨(오른쪽)와 유수종 씨(왼쪽) [촬영 김용태]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에 이끌린 시민이 사 먹는 경우도 있고, 조씨나 다른 회원들 지인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지인들은 군고구마 1상자를 사고 모금함에 많은 금액을 쾌척하는 경우가 많아 큰 힘이 된다.

조씨는 돈을 직접 받는 대신 고구마를 사 먹는 사람이 직접 모금함에 돈을 넣으라고 권한다.

돈을 넣으면 박수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조씨는 29일 "올겨울엔 환우 근육종을 앓고 있는 18세 남학생 치료비 1천만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며 "매년 10일간 짧은 모금 기간 이 정도 금액을 모으는 데는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조씨가 군고구마 모금을 하게 된 계기는 2001년 소아암을 앓던 3세 어린이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조씨 동네에서 치료비 모금을 위해 일일찻집 등을 운영했으나, 조씨는 색다른 모금 방법을 고민했다.

사람들 눈길을 끌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다른 큰 봉사단체로부터도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조씨는 대학 때 군고구마 장사를 한 경험을 떠올려 군고구마 모금 활동을 시작했고, 방송 등에도 소개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군고구마 [촬영 김용태]

군고구마 [촬영 김용태]

그 후 모임 회원들과 함께 매년 군고구마 장사를 해 번 돈으로 백혈병 어린이 치료비, 마을 주민 암 치료비, 중·고등학생 교복비,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 치료비 등을 지원했다.

19년간 모임 회원들은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새롭게 합류하기도 하는 등 변동도 많았다. 현재는 조씨 포함 3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조씨만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고구마를 구웠다.

조씨 본업은 엘리베이터 사업과 오리 요리 전문점 운영이지만, 1년 중 10일만은 '외도'를 하는 셈이다.

조씨는 "19년간 개인 일이 있거나 몸이 아플 때도 있었고, 사업이 어려워 '올해는 모금하지 말아야지' 한 적도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무조건해야 한다'라거나 '울산에서 군고구마 하면 조수현 아니냐'라는 주변 사람 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또 "직접 찾아와 군고구마를 사며 모금에 동참할 때는 이런 도움을 받아도 되는지 감동마저 느꼈다"고 덧붙였다.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묵묵히 곁에서 조씨를 응원해 준 가족도 큰 힘이 됐다.

조씨는 매년 모금 활동으로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조씨는 "가족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늘 힘이 되고, 고구마를 사러 온 시민이 자녀들에게 '아저씨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보람차기도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군고구마 모금 활동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고 조씨는 말한다.

군고구마 판매 수익금이 제대로 다 전달되겠느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씨는 무엇보다도 투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일 현장에서 번 돈을 사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통장으로 들어오는 기부 내용도 사진을 찍어 올린다.

또 군고구마 판매 수익금은 원재료인 고구마 구매를 제외하고는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조씨 철칙이다.

고구마 굽는 장비, 천막, 회원들이 입는 조끼, 조명기기, 식사 등에 사용되는 비용은 조씨가 지인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고구마 굽는 이웃사랑모임 조수현 씨(오른쪽)와 유수종 씨(왼쪽) [촬영 김용태]

고구마 굽는 이웃사랑모임 조수현 씨(오른쪽)와 유수종 씨(왼쪽) [촬영 김용태]

조씨는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부금을 봉사 단체가 밥 먹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인 10명 중 9명에게 거절당하더라도 1명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면 내가 더 발품을 팔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겨울이면 군고구마 모금을 시작한 지 무려 20년째가 되는 조씨는 "봉사란 자기만족이 있어야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매년 10일간 모금 활동이 내겐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있고, 심지어 병까지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다"며 "지난 19년간 가장 큰 수혜자는 기부를 받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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