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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수사권조정법 통과로 경찰 맘대로 사건종결?

송고시간2020-01-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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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없음'사건 종결가능하나 검찰·사건관계인 통한 견제장치 있어

경찰 인지사건 견제장치엔 '구멍'…검경, 사건두고 '핑퐁' 우려도

검·경 수사권조정 (CG)
검·경 수사권조정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는 이른바 '봐주기 수사'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 통과 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찰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식으로 나가면 검찰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나?"라거나 "경찰개혁 없이 경찰만 더 강화된 권력이 생겼으니 그 피해는 일반 국민들이 부담할 것"이라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서 수사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김으로써 경찰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덮더라도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개정된 법률이 네티즌 등의 지적처럼 경찰에 자유로운 수사종결 권한을 부여했을까?

무엇보다 수사종결권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마음대로 시작하는 것은 물론 수사 종결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이는 실제 법 내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수사종결권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한 조항은 없다. 대신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할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해, '혐의없음'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경찰 선에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경찰은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되거나 재판에 넘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이 2차수사를 하도록 사건을 넘겨야 하지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2020.1.13 toadboy@yna.co.kr

다만 검찰 또는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경찰 마음대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암장'(暗葬)할 수 없도록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우선 경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경우 그 이유를 적은 서면과 관련 서류, 증거물을 즉시 검찰에 보내야 한다. 검찰은 이를 최장 90일 동안 검토한 다음 위법하거나 부당한 점이 있다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거부할 수는 없다.

검찰 대신 사건 관계인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경우 경찰은 고소인이나 고발인,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에게 서면으로 그 취지와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이 통지를 받은 사건 관계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사건을 즉시 검찰에 넘겨야 한다.

이처럼 두 가지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통제할 수 있는 만큼 경찰에 자유로운 사건 처분 권한을 줬다고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경찰의 '무혐의' 결론에 불복할 경우 검찰로 사건을 넘기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사건 관계인에게 줌으로써 일정부분 국민 기본권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다만 경찰의 직접 인지 사건에서는 중요한 '빈틈'이 발견된다. 고소, 고발없이 수사기관이 직접 포착한 범죄단서를 근거로 수사하는 '인지사건'의 경우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 관계자의 이의신청을 통한 경찰 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검찰의 견제 수단은 유효하지만 경찰의 '혐의없음' 처분에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더라도 경찰이 재수사해서 다시 '혐의없음' 처분을 하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반복해 재수사를 요청하더라도 경찰도 계속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반복해 주고받는 이른바 '핑퐁게임'을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법 보완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도 검찰이 시정조치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재수사 요구와 경찰의 혐의없음 결론이 의미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아무런 통제 없이 수사를 벌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사실과 다르다. 검찰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면서 수사중단 및 송치 지휘, 체포·구속 피의자 석방 지휘, 압수물 처분 지휘 등 기존 통제는 불가능하게 됐지만, '보완수사 요구'나 '시정조치 요구' 등을 통한 통제는 가능하다.

보완수사 요구는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이나 신청한 영장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시정조치 요구는 경찰 수사과정에 법령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수사권 남용이 있다고 신고받은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종료된 경우는 물론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검찰에 의한 수사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경찰이 보완수사나 시정조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수사권조정 관련 법률 중 하나인 개정 형사소송법 '197조의2'와 '197조의3'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나 시정조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에 처하도록 한다. 바꿔 말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게 한 것인데, 정당한 이유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

대검 관계자는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경찰이 자의적인 이유를 대고 보완수사나 시정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보완수사나 시정조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면 기존 수사지휘와 다를 게 없다"면서도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으로 정당한 이유를 구체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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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검·경 수사권조정 개요도
[그래픽] 검·경 수사권조정 개요도

※붉은 글씨는 경찰수사에 대한 견제장치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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