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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앞에 선 현직 판사 "피고인석 낯설다…현명한 판단 간청"(종합)

송고시간2020-01-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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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내용 유출 혐의' 신광렬 징역 2년, 조의연·성창호 징역 1년 구형

검찰 "엄중 단죄 필요"…판사들 "천직이자 일터인 법정에서 정당한 평가를"

법정 들어서는 성창호 판사
법정 들어서는 성창호 판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검찰 수사 상황을 빼낸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들에 대한 첫 공판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9일 성창호 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8.19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법관들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법대 위가 아닌 피고인석에 앉아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아 온 현직 법관들은 최후진술에서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2년을,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1년씩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수사 정보를 취득한 것을 계기로 헌법이 부여한 (영장 판사의) 역할을 사법부를 위해 사용했다"며 "수사 기밀을 몰래 빼돌린 행위로 수사나 영장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책임 운운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은 "범행의 동기·수단이 불량하고 결과도 중하다"며 "엄중한 단죄를 통해 더는 사법권이 마음대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법관 독립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이들은 이런 보고가 당시 사법행정상 근거를 두고 이뤄진 통상적인 업무의 하나였으며, 기관 내부 보고행위인 데다 국가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리적으로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검찰 수사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등의 목적으로 기밀누설 범죄를 공모했다는 검찰의 시각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날 성창호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검찰은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려 법관의 재판행위와 사법행정 행위를 폄훼, 모독하고 있다"며 "나아가 검찰이 이 사건으로 영장재판 등 형사재판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판사는 최후진술에서 "현직 법관으로 지금까지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받는 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당사자들의 억울한 사정을 살피고 정의를 세우는 데 노력한 조의연·성창호 판사까지 조사를 받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해야 할 업무를 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법원의 업무 수행에 대해 이번 사건처럼 수사하고 기소하면, 법원만이 아니라 어떤 행정조직도 앞으로 예기치 못한 처벌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의연 부장판사도 "금품수수와 같은 개인비리도 아닌데, 마치 영장 심사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취급받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과 10개월 전까지 (서울중앙지법) 502호에서 형사재판을 한 탓인지, 지금도 피고인석의 제 모습이 낯설다"고 토로했다.

조 부장판사는 "공소장에서 저는 묵묵히 재판 업무를 하는 보통 판사가 아니라, 부당한 목적으로 양심을 저버린 부도덕한 사람이 돼 법관으로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며 " 진실은 길을 잃지 않는다는 말처럼 제 천직이고 일터인 이 법정에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저를 포함한 영장전담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한 것이 아니라 재판을 빙자해 범죄를 도모했고, 부정한 목적으로 결론마저 조작했다는 게 된다"며 "개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이지만, 나아가 법관과 재판을 이토록 왜곡해서 공격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검사가 이런 논리로 법관을 함부로 기소하면, 법관은 혹시라도 나중에 범죄 행위를 추궁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선고 공판을 2월 13일 오전 열기로 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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