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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뒷맛] 오늘 댁의 차례상엔 무슨 음식이 올랐나요

송고시간2020-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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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한다', '남의 집 제사 음식 따지는 것 아니다', '가가례(家家禮·집마다 예법이 있음)' 등 예로부터 내려온 말들은 제사나 차례상에 올릴 음식에 꼭 따라야 하는 '정답'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제사·차례상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기제사냐, 설 또는 추석 차례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각종 전, 삼색 나물, 큼지막한 사과·배 등의 과일, 탕국, 생선포 같은 특정한 음식들은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마련.

이러한 전형적 상차림이 차례나 제례가 기원한 유교식 전통에 꼭 들어맞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명절 때마다 거론되지만 잘 바뀌진 않는다.

◇ 유가의 전통 상차림은 '간소하되 정성껏'

성균관 전례위원회 김광수 부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많이 알려졌듯이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말은 예서에 나와 있는 법칙이 아니며, 차례상엔 육적·어적·계적과 같은 적(炙·구운 고기)과 나물을 올리고 밥 대신 떡국이나 송편을 올린다는 정도만 의례서에 나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있는 분처럼 모신다는 뜻만 같다면 올리는 음식은 각 지방, 집안마다 다를 수 있다"면서 "많은 여성이 부담스러워하는 전 부치기도 유가에서는 기름에 튀긴 음식을 올리지 않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고생하면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차례 준비에서 남녀 성 역할이 분리돼 명절마다 갈등의 요인이 되는 점에 대해서는 "조선 시대에는 오히려 여성 비하가 없었고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라고 했을 뿐인데 후세에서 해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전통 제례나 차례에서 초헌관은 장손이, 초헌관을 돕는 아헌관은 그 아내가 맡으며 남녀가 함께 참여했다"고 부연했다.

유교 전통을 고수하는 종가의 차례상도 그의 말처럼 단출하게 차려지는 경우가 많다.

전남 해남 고산 윤선도 종가의 추석 차례
전남 해남 고산 윤선도 종가의 추석 차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이 2002년에 촬영한 전남 해남 고산 윤선도 종가의 추석 차례 사진을 보면 앞줄의 과일을 제외하곤 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아 상의 여백이 드러날 정도.

국립민속박물관 최순권 과장은 "옛날엔 조상의 사당에 매달 초하루나 보름에 간단한 과일과 포, 술을 차려놓고 인사하다가 명절에만 떡국 같은 특별한 음식을 올리던 것이 근대에 와서 일제가 건전 가정의례 준칙을 만들어 '제사는 설과 추석에만 지내라'라고 강제하면서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한번 상을 차릴 때 많은 음식을 올리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정불화·환경문제 양산하는 명절 음식

유가의 전통은 차례·제사상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상의 이미지에 특정 음식들이 빠지지 않고 그려지는 이유는 뭘까.

추석 차례상
추석 차례상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차례상 물가 발표에 자문하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하는 기준이나 출처는 없다. 다만 사대부가나 궁중의 차례 문화를 닮은 서울·경기 지역 차례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서울·경기 지역 차례상과 비교하면 지역별 상차림이 각각의 특징을 지닌다"며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수로 강원도의 감자전, 메밀전, 전라도의 홍어, 꼬막, 낙지, 경상도의 돔배기(상어고기의 방언), 통문어, 제주도의 파인애플, 귤, 옥돔, 상외떡(보리빵) 등을 꼽았다. 이중 제주도의 상외떡은 최근엔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카스텔라로 대체되고 있다.

차례상에서 각 지역, 집안마다 변주가 허용된다면 좀 더 실생활에 맞춘 음식을 간단히 차려 올리면 어떨까.

열량이 높거나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아 선호되지 않으며 만들 때 손도 많이 가는 명절 음식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친지에 나눠주고도 남기 일쑤기 때문.

명절 뒤 각종 요리 정보 프로그램에 '남은 명절 음식으로 ○○ 만들기' 등 한번 조리한 음식을 '재활용'하는 비법이 홍수를 이루는 것이 그 방증이다.

소비되지 못한 명절 음식은 결국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만다. 환경부가 2018년 명절 연휴 기간 전국 공동주택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평소보다 5천459t 많은 음식이 버려졌다.

환경부는 "간소한 명절 상차림으로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0%만 줄여도 하루 5천t이 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연간 1천6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차례상을 간소하고 모두가 즐거이 먹고 치울 수 있게 차리자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경남 진주문화예술재단 최용호(81) 전 이사장의 가정에서는 20년 전부터 제철 과일과 떡, 초와 향, 꽃만 올린 단출한 상으로 차례를 지낸다.

최 전 이사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시대가 변해서 요즘 사람들은 차례나 제사를 기피한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생각해보면 형식이 까다로워서인 것 같다. 죽은 조상과 살아있는 사람들 간의 영적 교류를 외면하는 것이 안타까워 간소하게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가가례 :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 전시 속의 간편 상차림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가가례 :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 전시 속의 간편 상차림

[아름지기 유튜브 캡처]

그는 "소달구지 타고 다니던 시대에 하던 것을 지금 하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각자 형편에 따라 어려운 사람은 2만∼3만원치 장을 봐서 상을 차려도 가족끼리 즐거이 나눠 먹으면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차례상에 머리가 달린 닭 대신 누나네 치킨집 프라이드치킨을 올린다는 남궁모(51·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예전에는 삶은 닭을 올렸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 가족의 입맛에 맞추고 간단히 준비하려고 치킨을 올린다"며 "돌아가신 부모님께 딸이 직접 튀긴 치킨을 올리면서 다들 잘살고 있다고 인사드리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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