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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포근한 잠자리 선물"…이불로 온기 전하는 미소천사 부부

송고시간2020-0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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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님프만' 운영하는 김종근·박윤희씨, 13년간 이불 4천여채 나눠

아들 돌 기념으로 시작한 기부, 나란히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성장

(장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좋은 일 한다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 덕분에 기부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전남 장흥에서 침구 판매점 '님프만'을 운영하며 13년째 이불 나눔으로 온기를 전하는 김종근(49)·박윤희(47)씨 부부는 그동안 가게를 찾아준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부터 먼저 전했다.

순천에서 태어나 도시서 직장생활을 하다 1999년 장흥에 정착한 김씨는 이런저런 사업을 고민하던 끝에 아내 권유로 침구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낯선 타향에서 시작한 사업이 처음부터 녹록한 편은 아니었지만, 부부는 특유의 성실성을 앞세워 욕심내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단골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따뜻한 이불로 사랑 실천해요
따뜻한 이불로 사랑 실천해요

(장흥=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장흥에서 13년째 어려운 이웃에 이불을 기부하며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김종근(49·오른쪽)·박윤희(47) 부부가 활짝 웃고 있다. 부부는 장흥에서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으며 묵묵하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2020.1.26 minu21@yna.co.kr (끝)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부부는 어느 날 요양원 이불 배달을 갔다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서 있는 노인 사진을 보고는 머리를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찌 보면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진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이라는 문구가 박힌 그 사진을 보면서 부부는 30년 뒤의 모습을 떠올렸다.

김씨는 "사진을 마주하는 순간 인생이 허탈해지면서 더 늦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2007년 아들의 돌 기념으로 요양원에 돌떡과 이불, 커튼을 선물했다. 잔치를 여는 대신 그 비용을 더 값지게 쓰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듬해 딸의 돌 때도 부부는 잔치 대신 요양시설 후원을 선택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해마다 이불 100채씩을 요양원 같은 복지시설이나 저소득 가정을 찾아다니면서 선물했다. 외롭고 고달픈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포근한 잠자리라도 선물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이들이 기부한 이불은 4천여채에 이른다. 이불 1채 길이가 220c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9km를 길게 연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장흥군에 정기적으로 쌀과 상품권 등도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씨는 마침내 2016년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리고 3년 만인 지난해 3월 부인이 뒤따라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두 사람은 장흥지역 최초의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부부는 향후 5년간 2억원 이상을 더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어린시절을 어렵게 보낸 저로서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다는 것이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로만 알았다"며 "막상 꿈이 현실로 이뤄져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부부라고 해서 재정 형편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이불 가게 건물을 매입할 때 큰돈을 대출을 받았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고 있다.

여유가 있어 베푸는 게 아니고, 이웃과 나누는 삶 속에서 행복을 키워가는 중이다.

부인 박씨는 "빚부터 갚으라는 딸의 성화에 '유산도 없고, 빚도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받은 만큼 사회에 되돌려주는 삶을 살기로 남편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부부를 대표해 남편 김씨는 지난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킨 공을 인정받아 장흥군민의 상을 받았다.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 추천을 받더라도 수상자로 선정되기 힘든 상이라 그의 수상 감회는 남다르다.

김씨는 "장흥 출신이 아닌 외지 사람으로는 처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며 "훈장보다 더 큰 상으로 생각하고,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지역사회에 되돌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감사의 손 편지
감사의 손 편지

[촬영 형민우]

부부는 최근 장흥지역 한 중학교 학생 33명에게 교복 구입비 330만원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또박또박한 필체로 손편지를 써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부부는 몇해 전 2차례 이불 선물을 받은 한 아이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감사하다고 말하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삐뚤삐뚤하게 쓴 글씨가 담긴 편지를 보물단지 모시듯이 간수한다는 부부는 "고맙다는 전화 한 통에 또 다른 나눔을 결심하게 된다"며 "하루하루 나누면서 사는 삶이 즐겁고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은 부부는 주변에서 '미소천사'로 통한다. 닮은꼴 부부는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진 것을 조금 나눴을 뿐인데, 받는 사람은 열배 백배 고마워할 때가 많다"며 "소비를 통해 얻은 기쁨보다 나누면서 얻는 기쁨이 훨씬 크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넉넉해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고객들의 과분한 사랑이 나눔의 밑거름이 됐다"며 "좋은 일 한다면서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주는 단골한테서 새로운 나눔의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부부는 "고객에게 '우리 가게 물건을 산 것 자체가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이라고 꼭 말씀드린다"며 "형편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지속가능한 기부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이후, 김씨는 이웃돕기 성금 100만원을 장흥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탁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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