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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신종코로나 위기…'방역 허점' 악몽의 고리를 끊자

송고시간2020-01-2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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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로는 방역에 한계…정부·지자체가 국민 참여 끌어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의 방역 시스템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러 허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증상의 우한 폐렴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는 중동을 다녀온 감염환자가 병원과 지역사회를 전전하다가 수많은 2차 감염자를 양산했던 메르스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목이다.

[그래픽] '우한 폐렴' 국내 감염 일지(종합)
[그래픽] '우한 폐렴' 국내 감염 일지(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7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0eun@yna.co.kr

실제로 국내 세 번째 우한 폐렴 환자의 경우 지난 20일 명절을 맞아 우한시에서 무증상 상태로 귀국한 뒤 22일부터 열감,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나 해열제를 복용했지만,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추가로 발현한 25일에야 확진이 이뤄져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이송돼 격리됐다. 그 사이 이 환자가 병원·호텔·한강 등지에서 접촉한 74명 중 2차 감염자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네 번째 환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이 환자는 지난 20일 우한에서 입국한 후 21일 감기, 25일 고열로 두 차례나 같은 병원에 방문했는데도 검역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결국 입국 후 6일만, 감기 증상이 나타난 후 5일만인 27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명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환자가 입국 후 증상을 있는 그대로 신고하지 않았거나 의약품안전사용 서비스(DUR)로 통보된 명단 확인을 의료진이 소홀히 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정부는 27일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단계 격상하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에 대한 대응이 이미 구멍이 뚫린 데다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메르스 때 부각된 '방역 허점'의 악몽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현재의 우한 폐렴 방역은 공항과 항만 등의 출입국관리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감염자 중 절반(4명 중 2명)이 무증상 입국자로 드러났고, 지역사회 감염 확신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출입국관리만으로 우한 폐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자체와 함께 전국을 한 단위로 한 방역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중국뿐만 아니라 지난 1개월 사이 동남아 등을 여행했다가 감기 등 증상을 겪었던 사람은 가까운 의료기관에 신고토록 하고 우한 폐렴과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겨울철 동남아 관광이 많은 만큼 개인위생과 예방조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그래픽]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 수준
[그래픽]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 수준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27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차 회의'를 열고 국내 지역사회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zeroground@yna.co.kr

이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염 예방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권고도 나온다. 기차, 버스, 지하철, 택시, 공공건물 등에 손 소독제를 무료로 비치해 사용토록 하고, 각 지자체는 공무원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공장소에서 적극적으로 개인 위생교육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정부가 있는 사실 그대로 국민에게 최대한 빨리 알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 함으로써 국민의 참여도를 높이면 우한 폐렴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도하게 공포심을 부각하는 건 금물이다. 메르스가 20.4%의 치사율로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이번 우한 폐렴은 이보다는 사망률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역학조사관을 지낸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신종플루나 메르스 당시의 경험을 떠올려볼 때 또다시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이번 초기 방역에도 아쉬움이 크다"면서 "국민들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개인위생과 예방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감염병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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