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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수사·기소 분리, 적용시점 특정 등 불신 해소 노력 있어야

송고시간2020-0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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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 조처의 하나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검찰이 직접 수사해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니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을 세웠다는 게 추 장관의 설명이다. 수사개시 사건도 검찰 안팎의 다양한 검증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에서 수사와 기소 단계별로 문제가 없는지 더 꼼꼼히 들여다보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수사와 기소 분리 자체는 검찰 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나왔던 내용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와도 맥이 닿는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관련 법령을 잘 정비한다면 검찰 안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수사와 기소가 모두 검사의 직무 영역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손을 대지 않고 업무 분장을 통해 검찰 내부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검사는 기소검사의 검증 작업을 의식해서라도 수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수사 과정의 오류나 과욕도 기소 검토 단계에서 걸러질 여지가 생긴다. 이처럼 검찰 내부의 상호 보완과 견제를 통해 법리 적용의 잘못뿐 아니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해 봄 직하다. 추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사건을 인지해서 직접수사를 하는 경우 기소를 안 하면 무능한 검사로 찍히는 낙인효과를 일선 검사들은 극도로 경계한다. 사건 본류와는 직접 상관없는 내용을 파헤치는 별건수사나 먼지떨이 식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검찰의 이런 '기소 만능주의' 내지' 기소 편의주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따로 떼어내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 관여(공소유지)가 별개의 점이 아니라 하나의 선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무시해선 안 된다.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필요한 사건 내용과 맥락을 가장 잘 아는 건 직접 수사한 검사다. 기존에도 중요 사건의 경우 재판을 전담하는 공판검사가 아니라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맡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면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사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숙고할 문제다. 수사검사와 기소검사 간 의견 충돌에 따라 예기치 못한 갈등이 잇따를 소지도 있다. 검찰 조직 내 '수평적 통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아이디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기소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검찰사무의 최고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피라미드 구조의 꼭짓점에서 검사들을 최종 지휘한다는 점 또한 수사·기소 분리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수사와 기소 분리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은 '불신'의 벽이다. 추 장관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아 알 권리 침해 시비를 빚은 데 이어 수사·기소 분리 카드를 들고나온 상황이다. 선거개입 의혹 연루 혐의를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기소 분리까지 추진하는 터라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특히 법령 개정에 앞서 시범 시행도 검토하겠다며 급히 서두르는 듯한 추 장관의 모습은 무언가 배경이 있지 않으냐는 관측을 낳는다. 수사·기소가 꼭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도입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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