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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되살려낸 블랙리스트의 추억

송고시간2020-0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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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대표작 '살인의 추억' 등 3편 블랙리스트 올라

'변호인' 노무현 연기 송강호도, 이미경 CJ부회장은 해외로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봉준호 감독은 이제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는 국민적 영웅이 됐지만, 한때는 정부의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 미국에서 아카데미 4관왕이란 금자탑을 쌓으면서, 흐릿해져 가던 블랙리스트에 대한 기억까지 생생히 되살려냈다.

빈부 갈등을 한국 특유의 풍경과 정서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기생충'과 봉 감독의 전사(前史)로서 그리 오래지 않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흑역사를 조명한 건 외신들이 먼저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지속했더라면 '기생충'은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이번 수상을 한국 민주주의 승리로 해석하는 칼럼을 실었다. 영국 가디언과 독일 슈피겔도 블랙리스트를 언급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영화제 수상 릴레이를 시작할 무렵부터 봉 감독의 전력을 자세히 전했다.

제시카송·짜파구리·포스터…'기생충'이 남긴 유행
제시카송·짜파구리·포스터…'기생충'이 남긴 유행

(서울=연합뉴스) 올해 제92회 오스카에서 선풍을 일으킨 영화 '기생충'이 지금까지 40여개국에서 개봉했고, 각각의 다른 문구가 들어간 해외 포스터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사진은 '기생충' 프랑스 포스터. 2020.2.11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정원개혁위원회가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봉 감독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좌파 연예인 대응 TF'가 관리한 82명의 명단에 들었으며,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작성한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 보고서에 기재된 249명에도 포함됐다.

그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발표 자료를 보면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년) 봉 감독의 대표작 3편이 나란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했고, '괴물'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했으며,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저항 운동을 부추겼다는 이유였다.

'기생충' 수상의 또 다른 주역인 배우 송강호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의 주연을 맡았다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광해, 왕이 된 남자' '살인의 추억', '공공의 적' '도가니' '공동경비구역 JSA' '베를린' 등 제작 영화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2014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외압설에 휩싸였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포옹하는 봉준호와 송강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포옹하는 봉준호와 송강호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자 봉 감독(오른쪽)이 배우 송강호와 포옹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석권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침체한 나라 전체를 일순 축제 분위기로 만들며 활력을 불어 넣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여야, 진영을 불문하고 한국 문화의 저력 과시했다며 한목소리로 축하했다.

하지만 정치적 잣대로 문화예술을 사찰·검열하고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유린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지난 역사를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활동을 종료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9천명의 문화예술인과 340여개 단체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보수 절망적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요"라며 "그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준호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터우십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제시카송·짜파구리·포스터…'기생충'이 남긴 유행
제시카송·짜파구리·포스터…'기생충'이 남긴 유행

(서울=연합뉴스) 올해 제92회 오스카에서 선풍을 일으킨 영화 '기생충'이 지금까지 40여개국에서 개봉했고, 각각의 다른 문구가 들어간 해외 포스터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아트 포스터들도 SNS에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배급사 조커스 필름은 미국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아티스트와 협업한 포스터를 공개한 바 있다. 사진은 '기생충' 프랑스 아트 포스터. 2020.2.11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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