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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개입 했어도 무죄' 판단…사법농단 사건 후폭풍 커질 듯

송고시간2020-02-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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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권한 없고 인과관계 없다' 법리적 판단으로 무죄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 "검찰이 무리한 기소 한 것" 평가 엇갈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사법부 내에서 벌어진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형사법적인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첫 판단이 나옴에 따라, 사법농단 의혹 관련 사건 전체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재판 개입에 직권남용 인정 안 해…양승태 등 재판에 영향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맡은 2015∼2016년 일선 재판부의 재판 과정이나 판결문 작성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고 봤다. 이를 두고 "법관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인 행위"라고까지 지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판 업무와 관련해서는 '남용할 직권'이 없으므로 이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이런 판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사건에도 고스란히 대입될 수 있는 것이라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받는 혐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법행정권자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민감한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임성근 부장판사와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 등도 "재판은 신성한 것"이라며 자신들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권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와 실제로 재판 절차나 내용이 변경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이 역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주장에 부합하는 결론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실제로 자신의 지시를 받아 결론이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판단 결과에 갑론을박…"면죄부 판결" vs "검찰 무리한 기소"

이처럼 사법농단 전체 사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판단이 나온 만큼,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사법부 내부에서 벌어진 비위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역시 궁극적으로 법관 독립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며 "사법행정권자가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요구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어떠한 종류의 재판 개입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면죄부를 준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라며 "그 공정성이 가장 잘 구현돼야 할 재판권 행사 분야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과 엮어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이 사건 재판부에서는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영장 재판 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행위가 '용인될 범위' 안에 있다며 사법행정권을 넓게 인정했는데, 임 부장판사 사건에서는 일선 재판부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좁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세밀하게 법리를 따졌다고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납득하는 국민이 많진 않을 것"이라며 "사법부 신뢰라는 차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애초에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세 차례의 사법농단 사건에서 연달아 무죄가 나오면서 고개를 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의 범위를 넓혀 수사하고 기소했다고 본다"며 "편향되게 증거를 보고, 논리를 비약해 무리하게 기소한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초 검찰 수사를 용인하고 협조한 사법부의 선택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이를 형사사건으로 다룰 만하다는 생각을 한 판사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사법농단 영향으로 증설된 재판부가 선고…송인권 부장판사

이날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형사합의25부는 형사합의34부를 겸한다. 2018년 11월 사법농단 관련 사건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고자 법원에서 증설한 재판부 중 하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13명 가운데 6명이 의혹과 관련이 있거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이에 정치권 등에서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위헌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법원은 재판부 3곳을 증설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함께 증설된 재판부 중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았다.

당시 증설된 재판부는 과거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 등이 없는 이들로 구성했다.

이번 재판부의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도 대법원 연구관 시절을 포함해 20여년간 재판 업무만을 다룬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건을 맡아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고, 이에 반발하는 검찰과 신경전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법리가 해박하고 성격이 꼼꼼해 사건을 맡으면 작은 쟁점까지 놓치지 않고 따져 판단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무죄 판결이 많은 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송 부장판사는 24일자로 이뤄지는 법원 인사에서 서울남부지법으로 발령받아 이동을 앞두고 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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