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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출판계 가장 큰 도전은 책을 안 사는 것"

송고시간2020-02-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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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땅값도 포함…고시원·옥탑방 전전하는 세대가 종이책을 집에 어떻게 놓나"

이상문학상 거부에 "온마음 지지…윤이형 결정 가슴아파"…예술인권리법 통과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출판계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새로운 플레이어(player)가 아니라 더는 책을 안 사는 사람들이에요. 책을 아예 안 사기 시작했고 서점을 아예 안 갑니다. 이들을 다시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을 기존 출판사 대신 온라인 '구독경제' 모델을 통해 펴낸 '대세 작가' 김영하가 문학 플랫폼 변화 바람에 몸을 실은 이유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20일 전자책 구독 앱 '밀리의 서재'가 시내 한 호텔에서 주최한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다.

이제는 전통적인 종이책을 고수하느냐 마느냐 논의를 넘어 문학계와 출판계가 사람들이 책을 외면하는 문제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밥그릇 문제를 떠나 문학과 출판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활자 매체보다 영상 매체에 친숙한 신세대들을 어떻게 문학과 책의 세계로 유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는 얘기다. 인기 작가가 새로운 형식을 택한 데 대한 출판계 기득권의 일부 비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김영하는 기존 전통을 깨고 문학 플랫폼도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을 따르자는데 상당히 적극적이다. 흑묘백묘론 같은 실용주의적 사고다. 일단 사람들이 소설과 시를 읽어야 그다음 문제를 고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여러 통계가 나오는데, 이 세대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책은 일종의 땅값을 포함한다. 종이책을 산다는 것은 보관할 장소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고시원, 원룸, 옥탑방을 전전하면서 어떻게 (종이책을) 집에 놓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들고 이동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책의 물성(物性)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자연스럽다"며 종이책과 디지털 책이 서로 보완재로 작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 정제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하는 과거 구전문학 등의 예를 들어 "책이란 형태가 고정돼 있지 않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종이책을 묵독하는 것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운전 등을 할 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독서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그는 '밀리의 서재' 같은 전자책 구독 앱은 "유료도서관 형태"에 비유했다. 밀리의 서재에 신작 소설을 선공개하는 것에 제기되는 독점 우려와 관련해서는 과거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거나 문예지에 먼저 작품을 공개한 관행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김영하, 신작 '작별인사' 출간
김영하, 신작 '작별인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소설가 김영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2.20 jin90@yna.co.kr

김영하는 최근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에 대해선 "동료작가들의 투쟁과 싸움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면서 "창작자, 예술가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 자기희생, 특히 윤이형 씨 결정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평했다.

그는 이 사태와 관련된 해법으로 20대 국회가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조속히 심의해 통과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 법에 대해선 자발적 의지로 예술 활동하는 사람들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법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오랜 세월 논란이 지속해 왔다.

'작별 인사'는 평양 로봇연구소에서 태어난 소년 로봇이 '미등록'이란 이유로 어딘가로 이송되면서 타자와 연대를 통해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를 규정하는 진정한 본질이 무엇이냐는 근원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기가 인간이라고 믿는 인간이 아닌 존재, 자기가 로봇이라고 믿는 인간,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중략) 결국 자기와 다른 존재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포용하고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공간적 배경을 평양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선 "어린 시절 개성이 보이는 파주 임진각 너머에서 살았는데, 선전방송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북한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흡수통일 가까운 방식으로 통일된다면 평양은 여러 사회적 실험을 하기에 좋은 지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영하는 밀리의 서재와 계약이 끝나는 석 달 뒤에 기존 종이책 출판사를 통해 '작별 인사'를 출간할 계획인데, 현재로서는 메이저 문학 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밖에 그는 아내가 차린 출판사를 통해 절판되거나 계약 만료된 자신의 책 등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학동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김영하 '작별 인사'
김영하 '작별 인사'

[밀리의 서재 제공]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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