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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며 음악에 눈떴죠"(종합)

송고시간2020-02-2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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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첫 동양인 악장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만 4세 반이었던 아이는 유치원에 자리가 없어 집에 있었다. 집에서 노는 걸 안쓰러워 한 어머니는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피아노는 너무 컸고, 연주하기 어려워 보였다. 대신 다른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 근처 바이올린이었다. 아이는 바이올린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아이의 운명을 결정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얘기다.

박지윤은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한다. 지난 2018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프랑스 3대 오케스트라인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으로 선임됐다.

"연주 리허설이 끝나고, 모든 단원 앞에서 음악감독님이 제가 종신 악장이 되었다고 발표하셨어요. 보통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관계자 몇 명만 참석한 가운데 통보하는 게 관례인데, 전체 오케스트라 단원 앞에서 발표한 건 예상 밖이었죠.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았는데 얼떨떨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박지윤은 최근 광화문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시를 회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지윤은 이지윤, 김수연과 함께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2005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롱티보 콩쿠르, 2009년에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야나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니스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파리에 정착한 지는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건 예원학교 3학년 때였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선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의 연주를 듣고 파리로 가고 싶어졌다고 한다. 장시간 부모를 설득해 결국 파리에 정착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에 불과했던 어린 나이에 객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과금 내는 일부터 학교생활까지 모든 걸 홀로 처리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고2 때는 오른팔에 문제가 생겨 바이올린 연습을 한동안 할 수 없었다.

"겁이 났어요. 뭐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죠. 한 달 반 정도 바이올린 연습을 안 한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다른 문화생활을 했어요. 음악회에 가거나 미술관에 가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죠. 그때 삶의 목표와 방향이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전체적으로 넓게 보자고 생각했죠."

박지윤은 원래 아네조피 무터, 사라 장 같은 솔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고, 그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상 후에는 실내악단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의 변화에는 협업을 중시하는 프랑스 음악 교육도 한몫했다.

"프랑스는 어릴 때부터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 여러 경험을 쌓게 해요. 현대곡도 많이 연주하죠. 요즘 트렌드는 잘 모르지만, 한국에선 저 때만 해도 솔리스트 중심의 교육이 이뤄졌어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악장 박지윤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악장 박지윤

[목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지윤은 2011년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거의 10년째 오케스트라에서 일한다. 작곡가들의 창작혼이 담긴 다양한 교향곡을 많이 연주하고, 또 들으면서 음악적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또 다른 눈이 떠졌다고 할까요? 작곡가들은 심포니를 쓸 때 정말 큰 노력을 기울이거든요. 악단에서 연주하고, 또 다른 악단의 공연을 들으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박지윤은 지난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라벨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했다. 공연 부제는 프랑스어로 색조나 색채란 뜻의 '라 팔레트'(La palette).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다채로운 색채를 무대에서 구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공연에서 박지윤이 연주한 라벨은 변화무쌍하면서도 신비로운 사운드로 관객들 귓가를 자극했다. 파리에서 함께 공부한 트리오 '제이드' 멤버인 피아니스트 이효주, 첼리스트 이정란과도 조화로운 앙상블을 만들어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객석 상당수가 찼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파리를 산책하면서 느낀 영감을 담으려 했어요. 시간이 나면 자주 산책하러 가는 편입니다. 센강도 가고, 미술관도 가죠. 제가 프랑스에서 산 지 올해로 20년이 됐더라고요. 저의 20년을 돌아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은 저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프랑스어권 작곡가들 작품들이에요. 연습하면서 음마다, 구절마다 숨어있는 음의 색깔을 찾아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음악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죠."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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