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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 '위키리크스' 어산지 미국 송환 정식재판 개시(종합)

송고시간2020-02-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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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기소 후 영국에 송환 요청

1심 판결에 최소 수개월…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더 많은 시간 소요

법원에 출석한 어산지를 스케치한 그림 [AP=연합뉴스]
법원에 출석한 어산지를 스케치한 그림 [A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8)의 미국 범죄인 송환 여부를 다루는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런던 울리치(Woolwich)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흰색 셔츠에 스웨터, 짙은 회색 블레이저를 입은 어산지는 두 명의 보안요원에 둘러싸인 채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깔끔하게 면도를 한 모습의 그는 이어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바네사 바레이서 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재판정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이는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재판정 밖에는 어산지의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번 재판은 어산지의 미국 송환 여부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어산지를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등 18개의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고, 영국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에서는 어산지 송환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 측과 어산지 변호인 측의 팽팽한 대립이 벌어졌다.

어산지 변호인인 제니퍼 로빈슨 변호사는 어산지를 미국에 송환할 경우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언론인들에게 필수적인 행위를 불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행위를 드러낸 어산지의 노력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변호사는 "우리는 부차적인 살인, 전쟁 범죄의 증거에 관해 말하고 있다"면서 "이는 학대에 대해서 정부가 설명을 내놓도록 하는데 주목할만한 자산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어산지가 서방 세계를 도왔던 이라크와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을 대리하는 제임스 루이스 변호사는 어산지가 미국 정부를 당황하게 했기 때문에 수배된 것이 아니라 그가 정보원과 반체제 인사, 권리 활동가들을 고문과 학대, 죽음으로 몰았기 때문이라고 수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이스 변호사는 "어산지가 보호하려는 언론의 자유는 기밀 자료 출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들의 이름의 공개에 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루이스 변호사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경고를 받았고, 어떤 이들은 실종됐다고 전했다.

9·11 테러를 주도한 탈레반의 오사바 빈 라덴 비밀 은신처에서도 위키리크스의 정보가 발견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루이스 변호사는 어산지의 변호인들이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받게 될 처벌에 대해서도 과장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산지 변호인들은 어산지가 미국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17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슷한 사례에서 통상 40∼60개월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어산지의 미국 송환에 반대하는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어산지의 미국 송환에 반대하는 지지자들 [AP=연합뉴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빼낸 70만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이 폭로는 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인사 등 주요국 지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판과 평가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산지는 또 지난 2010년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아파치 헬기로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포함한 십수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2007년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된 뒤 보석조건 위반 혐의로 징역 50주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런던에서 진행되는 이번 재판은 방첩법 위반 혐의 등 미국 정부가 기소한 어산지의 혐의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어산지 송환 요청이 적절한 것에 관한 것이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2003년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었다.

양측은 이날부터 1주일간 송환에 관한 초기변론을 진행한다.

재판은 이후 오는 5월까지 중단된 뒤 이후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어산지 승인을 승인하더라도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확정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산지 측은 최근 송환 예비심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 개입 해킹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을 부인하면 사면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프랑스에 망명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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