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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착한 임대인과 착한 직원들…감염병 사태 속 희망

송고시간2020-02-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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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건물주, 세입자 월세 절반 깎아줘…"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마음 이해"

최악 경영난 겪던 전주 영어학원은 직원 100여명이 자발적 무급 근무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사장님, 마스크 꼭 쓰고 생활하십시오. 장사 잘 안되시지요. 다음 달 월세는 절반만 송금하십시오. 건강히 지내십시오."

서울 서초구에서 수입의류점을 운영하는 이길성(64)씨는 지난 26일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건물주 A(65)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이 어려워진 이씨의 사정을 알고 400만원인 월세를 200만원으로 줄여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여수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A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세입자들에게 김치나 게장 등 반찬을 보내주고, 월세가 밀려도 독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28일 "월 4천만원이던 수익이 1천만원대로 줄어 직원들 월급을 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도와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건물주 A씨는 "건물이 아무리 내 것이라지만 월세를 꼬박꼬박 받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평소에 반찬도 보내주고 했던 것"이라며 "요즘은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들 해 부담을 덜어줄까 싶어 문자를 보냈다. 나도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부닥친 자영업자들을 돕고자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착한 임대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를 위해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나서는 '착한 직원들' 사례도 나왔다.

무급휴가 내고 출근한 전주의 한 영어학원 직원들
무급휴가 내고 출근한 전주의 한 영어학원 직원들

[학원 관계자 제공]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전북 전주에서는 한 대형 영어학원 직원 100여명이 원장 정 모(35) 씨에게 지난 26일 '무급휴가를 쓰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 학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부모들의 우려로 휴원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기간이 점점 길어져 2주일째가 됐다. 학원 측은 원생 1천여명에게 학원비를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환불해줘야 하는 학원비는 8천만원이고,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월급은 5천만원이었다"며 "13년째 학원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심각한 경영난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사정을 안 직원들은 학원이 다시 학생들을 받을 때까지 무급휴가를 쓰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감사한 마음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정씨의 휴대전화에는 "힘든 시기를 서로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 힘껏 돕겠습니다", "원장님이 계셔야 저희도 있습니다" 등 30여통의 응원 메시지가 들어왔다.

오후 출근한 정씨는 학원을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무급휴가를 쓴다던 교사 30여명이 학원에 나와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엘리(41) 부원장은 "원생들에게 집에서 쉬면서 계속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과제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며 "저를 포함한 교사들이 직접 과제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00여명의 직원이 흔쾌히 무급휴가를 결정했고, 그런데도 학원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 드왓 셰인(30)씨는 "주변에 코로나19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가는 원어민 교사들이 많아 솔직히 많이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기 때문에 남아서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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