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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재난기본소득 국내법 근거와 해외사례는?

송고시간2020-03-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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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법, 피해에 신속히 대응·복구할 의무 정부에 부여

기본소득은 '全국민대상'·'차등없음'이 특징…일부국가서 유사사례

문재인정부, 재정부담 등 감안해 기본소득에 첫해부터 '신중론'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 이재웅 쏘카 대표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 이재웅 쏘카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난 기본소득 50만원 지급을 제안하는 국민청원을 올린 이재웅 쏘카 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임순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유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신중론' 속에 찬반 논쟁이 계속되면서 관련 국내법적 근거와 해외 유사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특정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과 다른 점은 '모든 국민'에게, 소득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원칙상 같은 액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개념은 18∼19세기 정치사상가 토머스 페인이 제안한 '시민 배당금(citizen's dividend)' 개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고 500여년 전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처음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법상의 관련 근거는 있을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한다면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을 수립·시행하라'는 재난안전법 조문을 관련 논의의 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재난안전법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주민의 생계 안정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것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주민에 국한된 조문으로 볼 수 있다.

즉,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한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구체적인 법 조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려 할 경우 재원 확보와 동시에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정부가 국가재정을 소요하는 행위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한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을 근거로 해야 한다.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을 위해 정부가 국가 재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예산 의결을 받던지 아니면 재난기본소득 집행을 위해 국가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유사 사례가 있을까?

재난 상황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한, 딱 떨어지는 전례는 찾기가 쉽지 않지만 '전 국민 대상 보편적 현금복지'의 측면에서 유사한 사례는 있다.

일본은 2009년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 시절 정액급부금(定額給付金) 제도를 일회적으로 실시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한 정액급부금 제도에 따라 일본에 주소가 있는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합법적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기본 1인당 1만2천엔(약 13만9천원)을 지급했고,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자에게는 8천엔을 추가로 얹어 지급했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추경예산 관련 법안의 하나로 중·참의원 양원 가결을 거쳐 시행됐다. 총액 2조엔(약 23조원) 규모의 지원이었다.

'기본소득' 신청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기본소득' 신청하는 이탈리아 시민들

[로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3월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우체국으로 '기본소득'을 신청하려는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시민 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으로 번역되는 이 제도는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생계 보조금으로,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한 축인 집권당 '오성운동'의 공약 사항이었다. 2019.3.8

이탈리아는 '시민 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으로 번역되는 기본소득 제도를 작년 도입한 바 있지만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생계 보조금을 주는 제도여서 전 국민에게 동일액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 하에서 월 수입이 780유로(약 106만원)가 안 되거나, 일자리 없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1인당 월 40∼780유로(약 5만5천원∼106만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월 최대 1천300유로(약 177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핀란드는 기본소득의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25∼58세 실업자 2천 명을 임의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6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2017년 도입해 2년간 시행한 뒤 중단했다.

2017년 1월 당시 실업률이 9.2%로 올라간 상황에서 실업 감소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했고,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될 경우 전 국민에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또 스위스에서는 성인에게 월 2천500스위스프랑(약 322만원·이 액수 이상의 소득자는 대상서 제외), 미성년자에 월 625스위스프랑을 조건 없이 보장하는 기본소득 안을 놓고 2016년 국민투표를 했지만 70% 이상이 반대함에 따라 부결됐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후 기본소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11월 6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본소득 도입 의향에 대한 질문에 "근로유인에 대한 영향이나 재정부담 등 해외사례를 보고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주는 기본소득은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로 부결됐지만 기존 복지를 통폐합하는 정비 차원도 있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재난기본소득 구상이 급부상했지만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일단 신중론을 이어갔다.

홍 부총리는 11일 국회에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재정 건전성, 재원 문제가 있다"며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저로서는 선정,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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