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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학교]② "학생이 지각하고 욕하는 것도 교사 탓이라니…"

송고시간2020-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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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9천945명 고충 사례 분석…'나쁜 결과' 책임은 모두 교사에게

장애학생도 교사가 홀로 감당…교장·교육청은 방관·부모는 '현실부정'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학부모와 학생의 폭언·폭력 이외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민원과 교장을 비롯한 학내 '상사'들의 갑질도 교사들을 학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연합뉴스는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원실태 조사'에서 현직 교사 9천945명이 쏟아낸 고충 사례를 전수 분석했다.

대체로 교사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나쁜 결과'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갑질은 물론 성희롱 피해까지 덮으려는 학교 측에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민원전화…'학원 숙제 봐달라' 황당 요구도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경력 5년 미만)는 지각이 잦은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했다가 되려 '교사가 문제'라는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에게 '기분이 안 좋다고 학생에 영향을 끼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또 A 교사는 욕을 한 다른 학생 부모에게서는 '교사가 사랑을 주지 않은 탓'이라는 황당한 비난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강원도의 한 중학교에 재직하는 B 교사(경력 20년 이상)는 종례 때문에 학원에 늦었다는 이유로 담임을 맡은 반 학생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또 점심시간 교내 순찰을 하던 중에는 다른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도 했다. 그는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C 교사(경력 5년 이상)는 "학부모 민원 전화에 시달렸다. 수업 중에도 전화와 문자 때문에 수업이 곤란할 지경이었고 퇴근 후에도 시달렸다. 교실 내 학생들의 자리 배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민원부터 학급의 규칙을 자기 아이에게 적용하지 말라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학원에 갈 수 있도록 시간을 잘 알려달라거나 학원 숙제를 봐달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혼인 C 교사를 겨냥한 민원의 끝에는 '자식을 키워본 적이 없어 이해를 못 한다'는 식의 비난도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D 교사는 자녀가 상을 받지 못한데 불만을 품은 한 학부모의 민원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 인권센터 등에 2개월 넘게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D 교사는 "계속 소명서를 내고 조사받는 것이 치욕적이었다. 학생들이 나를 위로하려 했을 정도였다.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마음에 상처가 크게 남았다"고 밝혔다.

[권도윤 제작]일러스트

[권도윤 제작]일러스트

◇ 장애 학생도 교사가 홀로 감당…학부모 '현실 부정'에 지원도 못 받아

정신적인 문제나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에겐 별도의 돌봄 등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교육 체계에서는 담임교사가 이를 모두 감당하게 된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학교나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까지 협력을 거부하면 교사의 고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고 한다.

강원도 소재 초등학교의 E 교사는 우울증, 조울증, 과잉행동, 분노 조절능력 저하로 충동적 공격 성향을 가진 학생의 담임으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연히 학습은 어렵고, 평화로운 교육이 거의 되지 않았다. 교육청의 행동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학생이 분노를 표출할 때면 교무실 행정팀에서 함께 돌봐주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를 달래며 근근이 3년을 버텼다. 그 학생이 졸업할 무렵에 나는 1년간 병가를 낼 정도로 아팠다"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초등교사 F씨(경력 20년 이상)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학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 학생은 교사에게 '귓구멍이 막혔냐'고 막말을 하거나 수학여행 같은 외부 활동 중에는 종종 자취를 감춰 애를 먹였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이런 상황을 부정했다고 한다.

F 교사는 "부모가 어느 정도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면 그래도 (감당이) 되겠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고 할 때 정말 좌절했다"며 "아이들을 강력하게 제지하면 학대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고 풀어두면 관리 못 하는 무능한 교사라고 낙인을 찍으니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교장 갑질·방관도 문제…"학생에게 성희롱당하고도 질책받아"

학교장의 '갑질'이나 교육청의 방관 역시 교사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G 교사는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에게 발표를 시켰다가 학부모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았다.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다.

그는 "교장과 교감은 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이었다. 문제 학생을 전학 보낼 수 있지만, 교장은 교권침해를 이유로 학생을 전학시키지는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강원도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H 교사는 수업 중 한 학생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교장은 오히려 교사를 질책했다고 한다.

H 교사는 "교장 선생님은 나를 불러 '학생 말에 무슨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느냐, 교사 자질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결국 학생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교장실을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I 교사는 교장의 부당한 행동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국민신문고 민원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이 I 교사에 대해 보복성 복무 감사 요청을 한 것이다.

I 교사는 "학교장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교직원을 길들일 목적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가동했고 이를 알게 된 교육청도 이 불법적인 일을 눈감아 줬다"면서 "부당한 교권보호위원회를 연 학교장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J 교사는 "방학 중 연가 사용 문제로 교장과 충돌하고 나서 업무에 지속적인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며 "지금은 다행히 좋은 관리자를 만나 그런 일을 겪지 않지만, 교사 개인의 운에 업무환경을 맡길 수는 없다. 갑질을 막기 위해 더 촘촘한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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