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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재난기본소득이 공산주의 제도라고?

송고시간2020-03-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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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불황'서 재난기본소득 관심일자 일각서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제도"

경제학자들 "새로운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美서도 도입 적극 논의

재난기본소득 (PG)
재난기본소득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대한 국내 경제 대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재난기본소득'을 '이념'의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정부가 도입 검토 입장을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단계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산주의 이론에서 비롯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이와 유사한 제도인 재난기본소득 카드를 꺼내 드는 것 아니냐', '사회주의에 취해 나라를 거덜내는 정책'이라는 등의 반응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나온다.

이들의 주장처럼 재난기본소득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난기본소득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기본소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재난기본소득은 이 같은 기본소득을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제공하자는 취지다.

재난기본소득이 공산주의 제도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의 상위 개념격인 '기본소득'이 공산주의 이론에서 나온 제도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들은 '공산주의가 성숙단계에 이르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마르크스 이론이 본격적인 기본소득 논의의 시작점이라고 여긴다.

기본소득의 이론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벨기에 경제학자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는 1986년 그의 저서 '공산주의로의 자본주의적 길'(A Capitalist Road to Communism)에서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은 사회주의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기본소득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최종적으로 모든 소득이 기본소득으로 전환되면 마르크스 이론에 따른 '필요에 따른 분배'가 가능한 공산주의 사회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대구·경북 재난기본소득 도입 촉구
정의당, 대구·경북 재난기본소득 도입 촉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구시당 후보자들이 11일 대구 동구 송라로에서 열린 4·15총선 국회의원 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 민생재난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2020.3.11 [정의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본소득이 공산주의 제도라는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 삶의 질 보장을 돕는 보편적 복지정책이자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는 1988년 자신의 저서 '경제이성비판'에서 "한 사회의 생산력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갈수록 같은 양을 생산하려고 더 적은 양의 노동이 요구되므로,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노동 비례 소득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지탱할 수 없다"며 기본소득을 자본주의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소개한다.

'노동=소득'이라는 등식이 더는 성립할 수 없는 미래사회에서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기본소득을 통한 인위적인 소득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기본소득 관련 권위자로 평가받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모든 노동소득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며 "자본주의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는 새로운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이미 기본소득은 사회보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복지정책 내지 자본주의의 모순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여겨진다"며 "고르의 주장대로 수정 자본주의의 새로운 출구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기본소득 논의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해체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파레이스가 설명한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기본소득'과는 다른 제도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제갈현숙 전 민주노총정책연구원장은 2017년 기본소득 도입 찬반토론회에서 "현재 기본소득 논의에서는 계급착취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 해체를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며 "이럴 경우 기본소득을 위한 재정은 계급 모순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생산체제에서 형성되는 것이어서 자본주의 체제와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지위가 확보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발언하는 트럼프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발언하는 트럼프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jsmoon@yna.co.kr

또 세계 자본주의의 본산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그것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정권 하에서 재난기본소득과 유사한 현금 지급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는 사실은 기본소득 구상이 공산주의 정책이라는 주장에 반박 논거를 제공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 우려 속에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일률적인 현금 지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정부도 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회보험 시스템으로 경제적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가려내는 일이 어렵다면 모든 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1천달러 수표를 지급하는 것이 경기 부양을 위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14일 트위터에 "헬리콥터 드롭(drop·떨어뜨리기)으로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1천달러씩 주는 것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인 부양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원 사격'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민 1인당 현금 1천달러 이상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1조 달러(한화 1천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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