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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작은 재능·정성 나눈다"…의정부 송산 '해피 매니저'

송고시간2020-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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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70여명 '봉사 집단지성'…생업 현장에서 제각각 나눔 이어가

코로나19로 활동 막히자 방역 현장 간식 제공하며 아쉬움 달래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목욕탕 주인은 주변의 혼자 사는 노인에게 무료 입욕을 허용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었지만, 목욕탕 운영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생업에 지장 받지 않으면서 봉사의 기쁨도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세탁소 주인은 정기적으로 취약 계층의 이불과 옷들을 모아다가 빨래해준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봉사 활동을 위해 가게를 비우지 않아도 된다. 뽀송뽀송한 이불과 옷가지를 받아든 이웃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즐겁다.

"어르신 이불 빨래 해드릴게요"
"어르신 이불 빨래 해드릴게요"

의정부 송산2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홀몸노인 가정에서 해피 매니저에게 전달할 이불을 비닐에 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페 주인은 커피 쿠폰을 기부하고, 교육학을 전공한 주부는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의 학습 지도에 나선다.

이들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필요한 이들에게 연결하고, 또 발굴하는 일은 공무원들이 담당한다.

생업 현장에서 작은 부분을 어려운 이웃에게 할애하는 이들은 경기도 의정부 송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해피 매니저' 들이다.

공동 단장을 맡는 한창희씨는 21일 "생업에 종사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재능이나 정성을 나누는 것이 해피 매니저의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피 매니저는 2017년 의정부시의 복지 행정이 권역별로 분리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송산 권역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많았다. 행정력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의 작은 도움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해피 매니저로 발전했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활동하는 70여명의 해피 매니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해피 매니저 어르신 음식 대접
해피 매니저 어르신 음식 대접

[해피매니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동 단장 김옥분씨는 "통장으로 일하던 시절 복지 사각지대 가정에 도시락을 싸서 방문한 적이 있는데, 끼니도 거르는 열악한 환경에 놀란 적이 있다"며 "기왕에 만드는 음식을 조금 더 만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아이디어가 해피 매니저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조직이 커지고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일종의 '봉사 집단지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들은 효율적인 형태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생일 축하 이벤트
생일 축하 이벤트

[한창희 해피매니저 공동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창희 공동 단장은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을 보며 이웃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면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만든 찾아가는 케이크 나눔 활동이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소개했다.

지역 사회를 속속들이 아는 봉사자 네트워크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도 효과적이었다.

교육학 전공을 살려 교육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미숙 공동 단장은 2018년 16세가 되도록 초등학교 입학을 못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시청도 교육청도 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 단장은 투병 등으로 입학 시기를 놓친 뒤 사회에서마저 잊힌 그를 매주 돌보면서 뒤늦게나마 학교에 다니게 했다.

이 단장은 "아이와 함께 목욕탕에 갔더니, 처음왔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해피 매니저 활동을 통해 잊힌 아이를 찾아내고, 행정 기관과 연계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가슴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교육봉사 활동하는 이미숙 공동 단장
교육봉사 활동하는 이미숙 공동 단장

[이미숙 해피매니저 공동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년간의 해피 매니저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장점인 다양성은 때로 조직 운영과 방향 설정을 어렵게 하거나 갈등을 낳았다. 회원 수가 150명을 넘어서면서 봉사 의지가 거의 없거나 단체 이름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회원들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라고 입을 모았다.

김학승 공동 단장은 "솔직히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신생 조직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해피 매니저는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여지없이 봉사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영업 타격으로 인해 봉사활동 상당 부분이 현재는 멈춘 상태다.

지난 19일 해피 매니저 공동 단장 5명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은 봉사활동을 못 하는 데 대한 아쉬움의 토로였다.

해피매니저 공동단장들
해피매니저 공동단장들

좌측부터 신철호, 김학승, 김옥분, 이미숙, 한창희 공동단장 [촬영 최재훈]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이들은 "많은 해피 매니저가 봉사의 희열을 느끼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불법 현수막을 수거한 뒤 그 돈으로 식자재를 사 경로당 봉사활동을 하는 신철호 공동 단장은 "경로당 봉사활동은 중단됐지만, 봉사를 멈출 수가 없어 요즘에는 코로나19 방역에 고생하는 보건소 직원들의 간식을 만들어 선물했다"며 "마스크를 수거해 의료원에 기부하는 등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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