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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韓대중음악, 日독자도 흥미로워할 것"

송고시간2020-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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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학상 수상작 '기타 부기 셔플' 日출판 오카 히로미 씨

소설 '기타 부기 셔플' 번역한 오카 히로미
소설 '기타 부기 셔플' 번역한 오카 히로미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수림문학상 수상작 '기타 부기 셔플'의 일본어판을 번역한 오카 히로미 씨 2020.3.22 wakaru@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1960년대 미군 기지에서 구미권 음악을 수용한 한국 대중음악 태동기 모습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 미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이 퍼져 나간 양상과 닮았습니다. 일본 독자도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일 거라 확신해요"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한 수림문학상의 제5회 수상작(2017년)인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작가 이 진)이 25일 일본에서도 출판된다.

이 책을 번역한 오카 히로미(44)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 미 8군 연예계와 한국 사회의 실상을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그려 주인공과 함께 시간 여행을 갔다 온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며 "그 시대와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바치는 헌정사"라고 말했다.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은 전쟁고아 출신 청년인 김 현이 1960년대 미8군 연예계의 밑바닥 생활에서 시작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자리 잡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카 씨는 "미8군 무대에 서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열정과 로맨스 등 주인공의 개인 이야기와 함께 시대상을 담백하게 그린 것이 돋보인다"며 "K팝을 즐기는 해외 팬들이 한국 가요·연예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일본어뉴스팀에 근무하며 전문 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그에게 이 작품은 우연처럼 찾아왔다.

3년 전 평소 즐겨 찾는 시내 대형서점에서 무심코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앞의 몇페이지를 읽는 순간 빠져들었다고 한다.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와 그날 저녁 단숨에 완독했다.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졌고 책을 덮는 순간 번역을 결심했다.

초반부를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번역·출판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했다. 원작을 잘 살린 표현을 인정받아 채택됐고 번역비도 지원받아 2년 가까이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일본의 한국 문학 전문 출판사인 쿠온의 소개로 일본 중견 출판사인 신센샤(新泉社)가 나서서 발간이 성사됐다.

오카 씨는 "번역가는 외국어 실력 못지않게 자국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인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는 상식적인 말도 일본어로 표현할 때 적당한 말을 찾느라 며칠씩 씨름한 적도 많다"고 소개했다.

소설에서 말장난으로 거리 공연인 '버스킹'을 햄버거 브랜드인 '버거킹'으로 빗대는 장면이 있는데 일본인은 버스킹이라는 말 자체를 안 쓰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노상(路上) 라이브'라고 적었고, 가수 등 연예계 종사자를 낮춰 부르는 '딴따라'라는 용어를 도저히 적당한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그대로 쓰고 밑에 일본어로 주석을 달기도 했다.

또 '허공'의 경우는 한자 그대로 '虛空'이라고 하거나 '공중'으로 적는 등 문맥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했다.

그는 "작가의 생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연합뉴스에서 뉴스를 다루면서 속보성과 정확성뿐만 아니라 전달력도 신경 써온 게 번역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수림문학상 수상작 '기타 부기 셔플'
수림문학상 수상작 '기타 부기 셔플'

[광화문 글방 제공]

일본 효고(兵庫)현 출신인 오카 씨는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현지 기업에 취직한 1998년 첫 한국 관광에서 한국문화의 매력에 빠졌고, 4년간 20여차례 방문했다.

점점 한국을 알고 싶어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제대로 된 한국어 학원이 없어서 중국어학원의 특별 강좌로 열린 주말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러다 2002년 한국으로 건너와 이화여대 한국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귀국해 1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유학길에 올라 연세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2007년 일본 업계 최고의 광고회사에 입사해 한국 관련 업무를 5년간 담당하다가 2012년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고 2017년부터 연합뉴스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원 재학시절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아카데미에도 입학해 소설 번역에 도전했고 2012년에 한국문학번역 신인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김 숨 작가의 소설 '한 명'의 일본어판을 번역했고, '기타 부기 셔플'로 인지도를 넓히게 됐다.

오카 씨는 한국 라이브 인디 밴드와 1960∼1970년대 노래를 좋아한다. 미8군 밴드로 데뷔한 신중현·조동진과 활주로, 들국화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1964년에 발간된 소설 '무진기행'의 저자인 김승옥의 팬이기도 했던 그는 "'기타 부기 셔플'이 나에게 온 것은 우연이었지만 번역하면서 운명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학이 최근 일본 대형 서점 코너에 들어설 정도로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일본 출판사의 한국 근현대 문학 출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카 씨는 "번역가의 매력은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두 나라 사이의 경계에서 소통하는 통로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서로 더욱 깊이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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