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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드나든 수만 명은 성착취 공범"…또 솜방망이 처벌?

송고시간2020-03-2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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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짓밟은 성착취물 '유흥거리'로 공유…재유포 사례도

성인여성 착취물 소지만 한 경우 처벌조항 없어…아동 착취물 형량도 외국보다 낮아

영장심사 마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 운영 20대
영장심사 마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 운영 20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김다혜 기자 = "그 텔레그램 방에 있었던 가입자 전원이 성범죄자입니다.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닌, 그냥 성범죄자들입니다."(청와대 국민청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청원자)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통해 억대 이익을 얻은 이른바 '박사' 조모씨가 구속되자 해당 텔레그램방 이용자들까지 모두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사자들의 인격이 완전히 짓밟힌 성 착취물을 수많은 이용자가 공유하면서 피해자를 능욕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착취물을 재유포까지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텔레그램방 운영진이 아닌 이용자의 행위는 음란물 단순 소지죄로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단체 대화방 참여자 다수가 이처럼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행위를 '집단 성폭력'으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대화방 하나에 1만여명…성 착취물 유흥거리로 소비

22일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이 몇 달 간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개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한 숫자는 26만명에 달했다. 경찰이 증거를 확보해 확인한 바로는 대화방 하나에 많게는 1만명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박사방'으로 대표되는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은 수시로 없어지고 다시 개설되기를 반복하는 탓에 참여자 수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번방 전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유사 방들을 고려하면 접속자는 최소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운영자나 참여자들에게 성 착취물은 단순한 유흥거리에 불과했다.

경찰에 구속된 '박사' 조씨가 유료 대화방 홍보 목적으로 운영했던 무료 대화방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묻거나 "○○는 어떻게 작업(협박)했냐" 등의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실시간 방에는 노예들 15명이 상주한다. 원하는 대로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 된다", "여러분의 명령에 따라 망가진다" 등 문구를 내세워 유료방 회원을 끌어모았다. 텔레그램이나 트위터상에서는 '박사방이나 n번방에 올라왔던 자료'라며 성 착취물을 재유포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은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성 착취는 단순한 사진 공유뿐 아니라 채팅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욕하거나, 피해 영상물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성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은 "(박사가 피해자를 협박해 찍게 한) 성 착취 영상은 텔레그램 단톡방에 입장한 남성 가해자들의 '유흥거리'가 됐다"면서 "박사방에 존재하는 수많은 남성은 도착적인 성적 욕구 해소를 넘어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한 명백한 살인자"라고 규탄했다.

이런 맥락에서 해당 대화방 이용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이러한 형태의 범죄는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며 가입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 청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동의를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박사방' 드나든 수만 명은 성착취 공범"…또 솜방망이 처벌? - 4

◇ '솜방망이' 처벌 우려에…"디지털 성범죄 처벌 규정 정비해야"

경찰은 박사방에서 입수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히 처벌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검거되더라도 다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법의 철퇴를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의 경우,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 처벌조항이 없다.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소지한 경우에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청법상 처벌조항의 법정형 자체도 외국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그간 지속해서 나온 데다, 기소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어렵게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 등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자를 검거해도 법원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선고유예를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기로라도 실형을 선고해야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관람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에 맞게 법을 개정하고 양형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지만, 아직 성과는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10만명이 참여해 처음으로 청원이 성립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 처벌 조항이 신설되는 데 그쳤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최근 낸 성명에서 "디지털 기반 성 착취는 불특정 다수가 함께 영상물을 관람하고 재촬영을 공모한다"며 "성적 이미지를 온라인에 전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집단 성폭력' 등의 개념을 도입해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와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며 "불법 영상물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처벌 규정을 세세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roowj@yna.co.kr,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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