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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잠들고 깨기를 반복" 83세 할머니가 되돌아본 코로나

송고시간2020-03-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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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확진 후 한 달 만에 완치 퇴원 부산 87번 박모씨

발열이나 호흡기 문제 등 전형적 증상 대신 극심한 두통

입원기간 강한 자책감 "나로 인해 많은 사람 고생…참으로 고마워"

코로나19 음압 병실 (CG)
코로나19 음압 병실 (CG)

[연합뉴스TV 제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나로 인해서 이렇게 많은 분이 고생하시는구나."

코로나19로 투병하다 지난 20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부산 87번 확진자 박모(83) 할머니는 2주 동안의 투병 생활 동안 복잡한 심경 변화를 겪었다고 2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19일 다니던 성당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2주간 자가 격리 중 마지막 날 증상이 나타났다.

발열이나 호흡기 문제 같은 전형적인 증상 대신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박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코로나19 증세로 혈압이 크게 올라 머리가 아픈 거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기존에 알려진 증상이 아니었던 터라 공무원이 증상 모니터링을 할 때도 '괜찮다'고 답변했는데, 결국 두통이 심해져 격리해제 하루 뒷날 보건소를 찾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할머니는 부산의료원에서 다른 확진자 한명과 함께 2인실을 썼다.

침대 사이 간격이 무척이나 넓었다고 할머니는 기억했다.

치료를 받는 2주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두통은 약을 먹을 때만 잠시 가라앉을 뿐 수시로 반복됐다.

약물 투여 등 치료가 이어지는 동안은 온몸에 힘이 빠져 밤낮없이 잠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박 할머니는 "입안이 너무 써서 간호사들이 식사를 가져다주는데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현황(CG)
코로나19 현황(CG)

[연합뉴스TV 제공]

입원 기간 할머니는 강한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간호사, 의사들이 친부모처럼 살뜰하게 챙겨줬는데 그들이 고생하는 모습은 듣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이라도 보면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흰옷(보호복)을 한번 입으면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먹고 싶을때 못 먹고 너무 고생했고, '나로 인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고생시키는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투병 기간 미안한 마음에 차라리 저승에 빨리 데려달라는 기도도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입원하면서 집에 남겨진 손녀들 걱정도 컸다.

박 할머니는 아들과 초등생·중등생 손녀 2명과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격리 기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은 아예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손녀들은 밥을 챙겨줘야 해 집에서 돌볼 수밖에 없었다.

손녀들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밥도 따로 먹고, 손댄 문고리는 보건소가 지급한 소독제로 바로 닦아낼 정도로 철저하게 생활했다.

할머니의 이런 노력 덕분에 손녀들은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 할머니는 "손녀들한테 문 잘 잠그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다"면서 "보건소 직원들이 손녀들 먹고 싶은거 다 사서 가져다주고, 성당 수녀님과 신부님이 반찬을 해오셔서 아이들을 먼발치에서 살펴주시기도 했는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자신을 응원하고 가족을 돌봐준 공무원과 의료진을 생각하면서 인터뷰 내내 "참으로 고마워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할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완치 판정을 받고도 사람들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 주변을 산책하며 약해진 체력을 서서히 끌어 올릴 생각이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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