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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악마의 삶' 질주한 조주빈…진상밝히고 연루자 무관용 엄벌해야

송고시간2020-03-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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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른바 'n번방'으로 대표되는 성 착취물 유포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대한 파도처럼 계속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모바일 메신저로 퍼뜨려 돈벌이를 한 작태가 충격적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악마의 삶'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규정한 것처럼 성 착취물을 만들어 팔아 배를 불리는 것은 스스로 인간성을 저버린 행위나 마찬가지다. 관련자 엄벌과 전원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여론이 갈수록 뜨거워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데 이어 검찰·경찰, 여성가족부, 국회 등도 앞다퉈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의 효시 격인 n번방 운영자 닉네임 '갓갓'을 비롯해 아직 미검 상태인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영상물 추가 유통 차단, 게시물 삭제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고 유사 범죄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이번 사건은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 칡덩굴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앞선 범죄를 모방해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았는데 주범이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들은 '갓갓'의 n번방을 본떠 '프로젝트 N'이란 이름을 내걸고 범행은 '박사방' 수법으로 했다니 모방 범죄의 전형인 셈이다. 조주빈 사건은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일 뿐 아니라 대학을 갓 나온 20대 초반 청년의 단독 범행이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공익 요원과 현직 공무원까지 박사방 운영에 관여했다는데 선뜻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다. 또 박사방 운영 등에 활용한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수십억 원의 자금을 거래하고,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려고 암호화폐를 쪼개고 합치는 '믹싱 앤 텀블러' 방식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대화방에서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같은 유명인사 이름을 팔고 이들을 상대로 사기행각까지 벌인 대담함에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공범 관계나 배후 여부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했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회가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 달라는 '1호 국민청원'을 무성의하게 졸속 처리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고서야 다시 입법 절차에 들어가는가 하면 긴급 현안질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떠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다. n번방 전 운영자인 전모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구형했던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갑자기 변론 재개를 신청한 것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검찰과 경찰은 이름마저 흡사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각각 설치하는 등 뒤늦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데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성 착취물을 단순 열람하는 사람까지 강력히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해 '한 번만 걸려도 끝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한층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박사' 조주빈이나 '갓갓'은 우연히 만들어진 '괴물'이 아니라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에 둔감한 사회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음란물을 마치 기호식품쯤으로 여기는 부류의 성인 남성들은 방관자를 넘어 방조자 내지는 잠재적 공범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란물 소비 행위는 범죄수익금을 제공함으로써 결국 또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TV와 인터넷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스마트폰은 아기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물건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세상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근원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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