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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점검] ① 정치·사법…여 "보이콧시 세비삭감"·통합 "공수처법 폐지"

송고시간2020-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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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야 보이콧 차단'·통합당 '패스트트랙법 무효화' 초점…패스트트랙 대치재연

사법 공약도 이견…민주 "사법개혁 완수"·통합 "검찰 외풍 차단"

전문가들, 국회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대결정치' 해소 지적…사법개혁에도 신중

열지 못한 법사위 전체회의
열지 못한 법사위 전체회의

2019년 4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이날 문형배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한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김동현 박형빈 기자 =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격돌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또다시 상반된 정치·사법 분야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은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이유가 각종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아온 통합당에 있다고 규정하고 국회 보이콧을 원천 차단할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반면, 통합당은 민주당이 지난해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직선거법(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여야간 합의 없이 강행처리한 게 문제라며 이들 제도를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 제도 개혁보다는 대결의 정치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다양한 공약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여 '일하는 국회 선언'…세비삭감·국민소환제 추진 =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세비를 단계적으로 10∼30% 삭감하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의원을 파면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기국회가 없는 달에도 임시국회를 의무적으로 소집하고 상임위도 자동으로 열기로 했다.

지금은 임시국회와 상임위 일정을 여야 간 협의로 결정하는데 한 정당이 상대당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일정에 합의하지 않고 보이콧하는 경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또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유도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당이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상대당의 법안을 오래 붙잡아두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온 정의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발의된 법안을 자동으로 상정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에 언제까지 처리하라는 기한을 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가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최저임금 연동 상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의당도 매월 정해진 일시에 상임위·소위원회 자동 개회, 의원 출결 상황 공개 및 무단결석에 대한 세비 삭감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패스트트랙 남용을 막기 위해 그 대상을 '국가안보나 국민경제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으로 한정하자고도 제안했다.

2019년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4월 26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에 드러누워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 '제도보다 중요한 건 대결 정치 해소' 지적 = 정치권에서는 이런 제도가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국회 공전의 근본 원인인 진영 논리와 극단적인 양극 정치가 해소되지 않는 한 효과가 크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 속에서도 어떻게든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이들을 한 자리에 강제로 앉힌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패스트트랙을 통해 서둘러 처리한 선거법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활성화라는 취지와 달리 비례용 위성정당과 '의원 꿔주기'라는 꼼수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국회에는 속도보다 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만든 선거법 때문에 지금 초유의 혼란이 벌어졌다"며 "일하는 국회도 중요하지만, 효율성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대 측 이야기를 듣고, 역지사지하며, 설득해서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상대를 제압 대상이나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원 세비 삭감 같은 징벌적 조치가 국회를 불신하는 여론을 잠시 만족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유용호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국회가 국민 이익을 위해 생산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데에는 제도적인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원의 자질 문제"라며 "이번 총선에서 당들이 중앙집권적 공천으로 회귀하면서 도덕성과 능력보다 줄서기와 계보 중심의 공천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2020년 3월 9일 오후 마스크를 쓴 국회 직원들이 새싹이 돋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밭 화단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3월 9일 오후 마스크를 쓴 국회 직원들이 새싹이 돋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잔디밭 화단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통합당 "검찰 독립성 강화"…민주당 "검찰 다음은 법원" = 통합당은 민주당이 쟁점법안의 경우 여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삼는 국회 관행을 깨고 통합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게 지난해 패스트트랙 대치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패스트트랙을 통해 탄생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공수처도 없앨 계획이다.

통합당은 또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의 예산권과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하고 있다고 판단,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검찰 예산을 독립적으로 편성하고 검사에 대한 인사 추천권을 검찰총장에 부여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2년인 검찰총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 5년보다 긴 6년으로 늘려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공수처를 연내에 조속히 설치하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사법개혁을 21대 국회에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법원으로 초점을 옮겨 사법농단의 중심에 섰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법원사무처 및 대법원 사무국을 신설할 방침이다.

현행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사무는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에서 담당하는 안도 내놓았다.

정의당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장을 법무부나 검찰총장이 아닌 주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검찰의 수사권 통제를 위한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 제도화를 공약했다.

2020년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벽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벽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법조계 "취지엔 공감하지만…" 신중 = 법조계에서는 각 당의 사법 분야 공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의 '공수처 연내 시행'에 대해서는 공수처 기소권 부여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따져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공수처의 기소권에 대한 반론이 상당하고 권한과 비중을 고려할 때 연내 도입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인 김경수 변호사는 공수처의 기소권 폐지 방안을 담은 국민의당의 공약에 대해 "판·검사와 고위공무원 등 특정인을 수사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에서 공수처 폐지가 옳다고 보는데, 그게 안 된다면 기소권을 빼자는 국민의당의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기 연장과 검찰의 독립적 인사·예산권 등 통합당의 방안에는 검찰 중립성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여러 단서가 붙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독자적 인사·예산권은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상태라면 권한이 너무 비대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수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늘리는 것은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 임기보다 길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민주적 정당성이 강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므로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검찰 기능이 어느 정도는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내건 사법개혁 공약을 두고는 기존 법원행정처의 권한 비대화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체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공약대로 운영하면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법행정위 11명의 위원 중 최소 6인 이상으로 하는 외부위원을 국회나 행정부가 임명할 경우 입법·행정부의 영향력이 과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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