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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상춘객 몰릴까' 유채꽃은 갈아엎었는데 고사리밭은 어쩌나

송고시간2020-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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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청정고사리 축제 취소…녹산로 유채꽃 갈아엎어달라 신청

마스크 착용하고 1∼2m 간격 유지해 예년보다 짧은 시간만 고사리 꺾어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에 어느덧 고사리 철이 돌아왔다.

한라산 고사리의 유혹
한라산 고사리의 유혹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일대에서 시민들이 고사리를 캐고 있다. 2020.4.6 jihopark@yna.co.kr

곶자왈 숲과 오름 등 고사리가 잘 자라는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는 이맘때만 되면 우후죽순 솟아오른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봄철에 내리는 '고사리 장마'까지 대지를 적시고 나면 지천에 고사리 천지다.

본격적인 고사리 철이 시작되는 4월에 들어서면 한달 평균 13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다. 이는 3월 평균 110만명보다 20만명이 훌쩍 늘어난 수치다. 오래전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제주 고사리의 명성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예년과 다르게 고사리 채취객이나 지자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채취객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을 무시하고 무작정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도 채취객들이 코로나19를 달고 오지 않을까 고심이다.

앞서 강원도 삼척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삼척 맹방리 유채꽃밭을 모두 갈아엎기도 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마을회도 상춘객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녹산로에 있는 유채꽃을 갈아 엎어달라고 서귀포시에 요청한 상태다.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취소됐다.

◇ 제철 맞은 명품 제주 고사리 '숨은 명당'은 어디

상황이 이렇자 고사리 채취객도 예년보다 짧게 콧바람을 쐬는 정도로만 고사리를 꺾으러 나서고 있다.

서로 간격도 1∼2m 이상 떨어져 채취에 나선다.

제주산 고사리는 대개 4월에서 5월 중순 정도까지 꺾을 수 있다. 5월 중순을 지나 초여름에 접어들면 고사리의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 맛이 없다.

또 5월 중순이 되면 다른 풀도 우후죽순 자라나면서 고사리를 찾기가 어렵다.

식용으로 채취하는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기 전 동그랗게 말려있는 어린 순이다.

잎줄기 길이가 15㎝ 내외일때 채취하는 것이 잎 줄기가 굵고 길이도 적당해 가장 좋다.

고사리 기둥 아래쪽을 잡고 '똑' 꺾으면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고사리 꺾기 '초보'라면 탁 트인 들판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고사리를 꺾는다.

하지만 '고수'는 다르다. 숨겨둔 자신만의 숨겨둔 명당을 찾아 한움큼씩 고사리를 꺾는다.

제주에서는 '고사리 명당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사리
고사리

[촬영 전지혜]

고사리는 습하고 음지인 곳에서 잘 자란다. 특히 실한 고사리는 숲이나 덤불 깊숙한 곳에 많이 있다.

고사리 꺾기 고수라면 낡고 두꺼운 청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어 다치지 않도록 온 몸을 무장한 뒤 고사리를 꺾으러 나선다.

꺾은 고사리를 넣어두는 데는 고사리 앞치마가 제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에는 마스크도 필수품이 됐다.

◇ 맛도 영양도 최고…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른 진미

고사리는 맛이 좋은 데다 영양 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린다.

단백질, 칼슘, 철분,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머리와 혈액을 맑게 해주고 음기를 보충해 열독을 풀어주며 이뇨작용도 원활히 해준다.

특히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됐을 정도로 독보적인 맛을 자랑한다.

고사리를 채취했다면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먼저 푹 삶는다.

삶은 고사리는 즉석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각종 요리의 음식 재료로 사용된다.

삶은 고사리를 말렸다가 제사·명절 등에 쓰기도 한다.

제주산 건조 고사리는 100g당 1만원 이상에 거래될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고사리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즙 가득한 제주산 돼지고기와 고사리를 불판에 함께 올려 구워 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고사리나물
고사리나물

촬영 고동선. 경동시장

오랫동안 푹 끓여 실타래처럼 풀어진 고사리와 고깃국물이 어우러진 고사리 육개장은 이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제주의 유명 향토 음식이 됐다.

크림을 넣은 파스타에 고사리를 넣어 더욱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고사리나물을 각종 나물과 함께 밥에 올려 고추장에 비벼먹는 고사리 비빔밥, 고사리와 채를 썬 채소를 당면과 버무린 고사리 잡채 등 고사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속출 "주의하세요"

고사리 채취객은 항상 길 잃음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고사리를 꺾는 데 정신을 팔다 보면 어느 순간 깊은 숲속까지 들어가 홀로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모두 511건으로 이 중 4∼5월에 절반 이상인 274건(53.6%)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209건(40.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올레·둘레길 탐방 43건(8.4%), 오름 등반 41건(8%) 순이었다.

고사리 채취객들은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구부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오랜 시간 풀밭을 샅샅이 살피다 보니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다른 채취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일수록 고사리가 많기 때문에 꺾는 재미에 빠져 점차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곤 한다.

제주 중산간은 고사리 천지
제주 중산간은 고사리 천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길 잃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일행과 함께 하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해놔야 한다.

또 휴대전화가 불통일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루라기를 챙기는 것이 좋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숲속 깊은 곳에서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중산간 이상 지역은 봄철 안개가 끼는 날이 많은데, 안개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고사리 채취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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