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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9살 제주 소년, 7명에 새 생명 주고 하늘나라로(종합)

송고시간2020-04-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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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어린이에게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 장기 기증

호른을 연주하던 고홍준 군
호른을 연주하던 고홍준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에 사는 고홍준(9) 군이 지난 6일 심장과 간장,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나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

고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또래 아이들에게 주고 간 아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초등학교 4학년인 고 군은 누구보다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던 어린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새로운 반 친구들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다.

평소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했던 고 군은 지난 1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고 군은 곧바로 구급차를 통해 이송돼 제주대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제주시 화북초등학교에 다녔던 고 군은 2010년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흥이 많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고 군은 여느 아이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맛있는 과자는 꼭 나눠 먹고 재미난 게임이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즐기곤 했다. 또한 논리적인 말로 친구들을 이끌어주는 인기 있는 아이였다.

고 군의 가족들은 꿈 많은 홍준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큰 고통이었지만 어디선가 홍준이의 몸이 살아 숨 쉬고, 홍준이가 생전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을 살리고 떠나는 길을 고심 끝에 결심했다.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의로운 아이였기에 고 군도 동의했을 거라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고동헌 씨는 "아이를 자랑스럽게 보내기 위해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아이를 보낸 뒤 하루 수백번 씩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이 나쁜 의도에 쓰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고 군이 기증한 장기는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이다. 심장과 폐, 간, 신장은 지난 6일 또래 어린이 5명에게 이식됐다.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고 군의 장례식장엔 7일에만 3백여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찾아와 떠난 고 군의 명복을 빌었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홍준이가 쏘아 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천사 홍준이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고 군의 빈소는 제주시 부민장례식장 지하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7시 30분이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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