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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신승훈 "과거 영광보다 지금에 충실하고 싶어"

송고시간2020-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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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페셜 앨범…"'렛 잇 비'처럼 위로되는 노래 하고파"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30년 동안 음악의 외길을 걸어온 것에 후회는 안 합니다. 지금도 음악이 너무 좋아요.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영원히 남을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가 있죠."

1990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신승훈(54)은 가요사에 유일무이한 흔적을 남겼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아이 빌리브' 등 그의 숱한 히트곡은 폭넓은 세대의 심금을 울리며 그에게 '국민가수', '발라드 황제'란 칭호를 안겼다.

이후 음악적 실험은 물론 후배 가수들의 멘토, 제작자 등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하며 지평을 넓힌 그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신승훈은 "이제는 '반환점'을 맞은 것 같다"며 쉴 틈 없이 달린 음악 여정을 돌이켰다. 8일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발표하는 그는 "과거의 영광보다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지금에 더 충실하고 싶다"고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음악만 했던 나…30년쯤 하니 선 하나 그은 듯"

인터뷰에서 신승훈은 "음악도 했던 신승훈이 아니고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만큼 신승훈의 음악 인생 30년은 빼곡한 기록으로 차 있다.

신승훈은 대전 은행동 카페 골목 통기타 가수로 시작해 데뷔 앨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유재하 기일인 1990년 11월 1일 데뷔한 그는 미성과 애틋한 멜로디, 사랑과 이별의 보편적 정서를 담은 노랫말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신승훈은 "올 한 해만큼은 가장 소중한 노래로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꼽고 싶다"며 "(데뷔곡을 발표한) 그날로부터 30년이 됐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국민가수'란 별명답게 그는 숱한 기록을 썼다. 1집부터 7집까지 7장의 음반이 연속 밀리언셀러에 오르고 1천700만장에 달하는 총 누적 판매고를 올렸다. 정규 음반 10장이 연이어 골든디스크에 선정되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만든 음악으로 쌓아 올린 탑이다.

그는 "신인 시절 '남들은 몰라줘도, 점을 계속 찍다 보면 멀리서 보면 점이 연결돼 한 획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며 "30년쯤 되고 나니 그래도 신승훈이라는 선을 하나 그은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30년간 그를 따라다닌 '발라드 황제'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족쇄 같은 별칭', '애증의 관계'기도 하다는 답을 내놨다.

"제가 정말 많은 장르를 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뉴잭스윙도 하고, 디스코인 '엄마야'도 있었죠. 하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는 '신승훈' 하면 좋았던 기억이 발라드를 부를 때였던 것 같아요. 그만큼 30년간 자기 색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답일 수도 있고요."

"노래 좀 갖고 놀 줄 알았던 뮤지션으로 남고 싶다"는 속내를 전한 신승훈은 사실 2006년 10집 발표 이후에는 미니앨범 연작을 통해 모던록 등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등 음악 실험을 꾀했다.

MBC '위대한 탄생'과 엠넷 '보이스 코리아' 등에서 멘토와 코치로도 활약했고 신인 가수 로시의 제작자로도 나섰다.

그는 "저한테는 그렇게 선배가 많지 않아서 1년 안에 배울 수 있는 걸 혼자 깨우치는 데 5년 걸렸던 적이 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며 "후배들이 금방 습득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표현했을 때 희열감이 좋았다"고 되새겼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노래 끝나면 받는 박수가 내 원동력…30주년 앨범, 분신같은 음악들"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시종 반듯한 이미지를 지킨 신승훈은 "일탈을 매일 꿈꾸는데, 제가 그럴 사람이 못 되나 보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에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이걸 진정성을 갖고 쓰는 건가' 싶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괴리감이 찾아올 때도 많았다고 한다.

최근엔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포함해 데뷔 30주년 전국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는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30년간 음악의 길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있었다.

신승훈 노래로 태교를 한 팬들이 아이 몫까지 티켓을 사서 함께 공연장에 온다. 그는 "의리 있는 팬들을 만났다"며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꾸준히 곡을 썼다. 팬들에게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을 앨범으로 보냈다"고 전했다. "팬 여러분 너무 사랑한다고 꼭 써달라"는 부탁도 했다.

"가수는 다른 것 엄청난 거 없습니다. 노래 한 곡이 끝났을 때 박수, 그게 가장 중요하죠. 제 노래에 공감해서 쳐 주신 거잖아요. 그게 충분히 원동력이 됐죠."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스페셜 음반 '마이 페르소나스'도 그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앨범이다.

그는 "과거의 신승훈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하는 앨범이 되고 싶진 않았다"며 '현재진행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험정신보다는 신승훈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송강호 배우라면, 저에게는 제 음악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분신' 같은 음악들. 멜로디를 입히고 악기를 입혀서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는 명실상부 '신승훈표' 발라드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서정적인 곡들이다.

'워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과 '사랑, 어른이 되는 것'은 각각 후배 싱어송라이터 원우와 더필름의 숨은 명곡을 발굴했다. 신승훈은 "너무 좋은 노래들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저의 목소리를 빌어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늦어도 11월에는'은 피아노 한 대가 단출하게 깔리는 재즈 넘버다. 그와 20년간 호흡을 맞춘 양재선 작사가가 삶을 1년 열두 달에 비유했는데, "만약에 나의 삶이 사계절이라면 지금 난 9월쯤 됐을까…"하는 가사가 신승훈의 인생 이야기임을 짐작하게 한다. 신승훈은 이 노래를 설명하며 한 마디를 더 붙였다.

"맨 마지막에 '와줄 거면 적어도 11월에는…' 하는 내용이 있는데, '신승훈이 결혼 안 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나' 아시게 될 거예요. 아마 저희 어머니가 들으셨을 때 제일 좋아하시는 노래일 것 같아요."

◇ "BTS 대견했다…삶의 무게 위로하는 음악 하고파"

30년차 가수 신승훈이 바라보는 요즘 음악계는 어떨까. 그는 "처음엔 감각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코 음악이 점점 깊어지더라"며 최근에는 후배 가수 중 지코의 음악 세계를 주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9 MAMA) 시상자로도 나선 그는 "파란 눈을 가진 친구들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한국말로 따라부르는 걸 보면서 '이게 국위선양 아니면 뭘까' 생각했다"며 "부럽기도 하고 너무 대견했다"고 했다.

후배들이 아이돌 생활을 하다 정체성을 고민할 때 선배로서 지표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도 밝혔다.

그는 "들으면 팝송인지 가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 음악인들 수준이 높아졌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다만 "한 장르만 너무 부각되는 게 아니라 좀 다양하게 성장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신승훈이 앞으로 그리는 자신의 모습도 '추억 속' 가수는 아니다.

그는 이제 자신과 세대를 같이 보낸 청자들과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페셜 앨범 선공개곡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도 그런 메시지가 담겼다.

그는 "드라마틱한 사랑과 이별도 중요하지만, 세대를 같이 한 사람으로서 위로가 되고 같이 울어주고 싶다"며 "'렛 잇 비'처럼 듣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는 노래를 만드는 게 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싱어송라이터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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