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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에게 새 삶 선물 휘파람소년'…장기기증하고 나선 마지막길

송고시간2020-04-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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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초 새로운 반 친구들 못보고 떠나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백나용 기자 =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아빠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7명에게 새 새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7명에게 새 새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장기 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고 고홍준 군의 가족이 장지에 가기 전 고군이 생전 다녔던 제주시 화북초등학교를 방문해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있다. 2020.4.8 jihopark@yna@co.kr

막바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터널을 이룬 8일 오전 제주시 화북초등학교 초입.

장기 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고홍준(9) 군이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길을 나섰다.

이날 해가 어슴푸레 뜬 이른 오전 장례식장을 나선 고군은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평생의 추억이 담긴 집을 먼저 찾았다.

어린 동생을 짊어지기엔 아직은 앳돼 보이는 중학교 2학년 큰 형의 품에 안긴 고 군은 집을 한 번 둘러보고는 어머니가 뿌려주는 사이다를 뒤로 한 채 집과 작별했다.

누구보다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던 고 군은 화북초로 향했다

7명에게 새 새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7명에게 새 새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장기 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고 고홍준 군의 가족이 장지에 가기 전 고군이 생전 다녔던 제주시 화북초등학교를 방문해 선생님들을 만나고 있다. 2020.4.8 jihopark@yna@co.kr

고 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반 친구들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했다.

큰형 품에 안긴 고 군은 엄마와 아빠, 초등학교 6학년 둘째 형과 나란히 걸으면서 올봄 막바지 벚꽃 정취를 즐겼다.

가족은 짧은 벚꽃 길을 걸으면서 "평소 홍준이가 이 길에서 맨날 장난치면서 뛰어놀았다", "여기서 홍준이와 같이 사진도 찍었었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고 군의 어머니는 "홍준이가 학교에 다닐 때 문구점을 하도 가 문구점 주인아주머니가 홍준이 엄마를 보고 싶어할 정도였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애써 웃어 보였던 것도 잠시, 학교 운동장 앞에 홍준이를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들을 보자 홍준이 엄마도, 아빠도, 형들도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들은 미리 준비한 국화를 홍준이에게 한 송이 한 송이 전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홍준이는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홍준이가 오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흥이 많은 어린이였다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았다.

또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홍준이는 여느 아이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맛있는 과자는 꼭 나눠 먹고 재미난 게임이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즐기곤 했다고 한다.

학교를 나온 고 군은 장지인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가족과 친인척들은 끝까지 고 군의 곁에 남아 고 군이 가는 길이 무섭지 않도록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7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7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난 고홍준 군

[촬영 박지호]

고군의 아버지 고동헌 씨는 "아이를 보낸 뒤 하루 수백번 씩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아이를 자랑스럽게 보내기 위해 장기기증에 동의한 만큼 평생 홍준이를 사랑하고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고 군은 지난 1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고 군은 곧바로 제주대병원에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 군이 기증한 장기는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이다. 심장과 폐, 간, 신장은 지난 6일 또래 어린이 5명에게 이식됐다.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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