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팩트체크]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일치 속출한 게 조작증거?

송고시간2020-04-24 18:12

댓글

일각서 '득표수 동일한 통합당 후보 9쌍' 거론하며 의혹 제기

통합당이 여당이던 2016년 총선때도 '같은 득표수' 속출

전문가 "직관상 어려워 보이나 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김예림 인턴기자 =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결과를 놓고 일부 네티즌, 유튜버 등의 의혹 제기가 마침표를 찍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 지역구 출마 후보들의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가 2명씩 일치한 사례가 속출한 게 개표 조작의 증거라는 취지의 주장이 그 중 하나다.

SNS상에는 '이거 재미있는 숫자 놀이네요. 전국 18개 지역구 미래통합당 후보가 2명씩 짝을 이뤄 같은 득표를 했다? 이거 확률 제로(0)에 수렴한다! 말이 되나? 기계적인 수치일 수 밖에?'라는 글이 널리 퍼졌다.

SNS에 유포된 통합당 후보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일치 관련 의혹 제기
SNS에 유포된 통합당 후보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일치 관련 의혹 제기

[SNS 출처미상 문서 캡처=연합뉴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신상진-김웅, 김용태-배준영, 주광덕-김석기 등 통합당 후보 18명(9쌍)의 선거구,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를 적시하며 득표수가 둘씩 둘씩 일치했다고 썼다.

희박한 확률로 일어날 일이 일어난 만큼 숫자 조작이 의심된다는 주장이었다.

연합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네티즌이 소개한 대로 이번 총선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일치 사례들이 여러 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집권당이었던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때도 존재했다.

연합뉴스가 20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들의 관외사전투표 득표수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한 결과 득표수가 서로 일치한 사례가 여러 건 확인됐다.

정유섭(인천부평구갑)-전하진(성남시 분당구을) 후보 각 2천376표, 강동호(서울 중랑구을)-황우여(인천서구을) 후보 각 2천277표, 정용기(대전대덕구)-윤한홍(창원시마산회원구) 후보 각 2천245표, 최홍재(서울 은평구갑)-이상휘(서울 동작구갑) 후보 각 2천235표, 김승제(서울 구로구갑)-윤두환(울산북구) 후보 각 2천185표, 박준선(서울 동대문구을)-김성원(동두천시 연천군) 후보 각 1천511표 등 2명씩 득표수가 같은 6쌍이 있었다.

또 정준길(서울 광진구을)-허용범(서울 동대문구갑)-허명환(경기 용인시을) 등 3명의 후보가 각 1천828표로 같았다.

사전투표함 개표 모습
사전투표함 개표 모습

[태안=연합뉴스 자료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15일 저녁 충남 태안군 선거사무요원들이 태안군민체육관에서 지난 10∼11 치러진 사전투표함을 개표하는 모습. 2020.4.15 sw21@yna.co.kr

전문가들은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 일치 사례들이 매우 신기한 일처럼 보이지만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조작 의혹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 관련 공개토론에 나섰던 이경전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데이터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소개한 뒤 그런데도 대단한 우연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른바 '생일 문제'(Birthday problem)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생일문제란 얼핏 생각하기에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나오려면 상당히 큰 집단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3명만 모이면 그 중에 생일이 서로 같은 쌍이 존재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것이다. '직관'의 허를 찌르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직관으로는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수학적으로 계산한 확률을 기초로하면 가능한 일이라는 답이 나온다"며 "2016년 20대 총선의 데이터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우 이화여대 통계학과 교수도 이런 득표수 일치가 '생일 문제'의 하나라며 "숫자가 같을 확률이 생각보다 높은 것은 다시 말해 숫자가 같은 쌍이 하나도 없을 확률이 생각보다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또 1등 당첨자가 많게는 10명씩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투표소에서 동일 득표수가 나오는 것은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조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오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나왔다고 해서 '스완'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한꺼번에 로또 1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조작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투표의 여러 요소 중에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만 따져서 입맛에 맞게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표 프로그램상의 조작을 하려면 한 선거구내 투표소별로 득표수를 어디는 더하고 어디는 빼는 고도의 계산을 해야 하는데, 하나의 선거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른 선거구에서 똑같이 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통계상의 문제에 더해 그것이 '고차방정식'의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는 부분까지 설명이 되어야 한다"면서 수많은 참관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리 복잡하지 않은 선거 개표 프로그램을 가지고 고도의 조작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jhcho@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