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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남을 도울수 있다는 것에 감격"…헌혈 전도사

송고시간2020-05-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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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 때 교통사고로 몸 오른쪽 마비…19년간 189번 헌혈

(안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혈액에는 장애가 없어요. 눈치 보지 말고 들어오세요."

19년 전인 2001년 3월 7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헌혈의 집.

현혈포장 '명예장'까지 받은 남재우씨
현혈포장 '명예장'까지 받은 남재우씨

[연합뉴스]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헌혈의 집 앞을 기웃거리던 당시 28세 청년 남재우(47세·지체장애 2급)씨가 "저는 장애인인데 헌혈 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헌혈의 집 관계자는 밝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 텐데, 남씨에게 있어 이 한마디는 인생의 한 전환점이 됐다.

그날 처음으로 헌혈한 남씨는 지금까지 19년간 189번이나 헌혈했다. 매년 열 차례, 사실상 매월 한 번씩 헌혈을 한 셈이다.

한번 헌혈할 때 혈액을 400㎖가량 뽑으니 지금까지 어림잡아 7만5천600㎖ 정도를 헌혈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에 올해 들어서만 그는 1월 27일부터 3개월간 6번이나 헌혈했다.

"제가 어렸을 적 큰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과 같은 장애를 얻었어요. 당시 저도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피를 받았을 테고, 의료진, 학교 때 친구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우리 부모님 등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지 못했을 겁니다."

189번 헌혈한 남재우씨 헌혈증명서
189번 헌혈한 남재우씨 헌혈증명서

[연합뉴스]

남씨는 네 살 되든 해 안성시 공도읍 집 앞에서 택시에 치였다.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고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고 한다.

가느다란 호흡을 이어가면서 그는 크게 다친 왼쪽 뇌 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서만 한 달, 그리고 수개월에 걸친 병원 생활 끝에 기적적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뇌수술 후유증으로 그때부터 걸음은커녕 오른쪽 몸을 쓸 수 없게 됐다.

그 후로 고된 재활 치료를 이겨낸 그가 걷기 시작한 건 5년이 지나서였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씨는 1994년 당시 공도면사무소에서 처음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임시직이었지만 남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된 것이 마냥 좋았다고 한다.

그는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이 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그러던 중 2001년 평택역 앞 헌혈의 집을 마주하게 됐다.

"제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헌혈은 몸이 불편한 저에게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일입니다. 제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 순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공도읍에서 근무하는 남재우씨
공도읍에서 근무하는 남재우씨

[연합뉴스]

남씨는 현재 안성시 공도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을 돕고 있다.

지금도 한 달에 많으면 두 번, 적어도 한 번은 헌혈하려고 혈압과 혈당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헌혈하면 남을 도울 수도 있고, 건강 관리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그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은장(헌혈 30회), 금장(헌혈 50회), 명예장(헌혈 100회)을 받았다.

200회 헌혈 포장인 '명예대장'을 받기까지 딱 11번 남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6번 헌혈한 남재우씨
코로나19 사태 후 6번 헌혈한 남재우씨

[연합뉴스]

남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헌혈을 권유하는 '헌혈 전도사'이기도 하다.

10년 전 헌혈에 동참한 한 후배는 90회 넘게 헌혈해 '금장' 포장을 받기도 했다.

남씨와 함께 근무하는 공도읍 한 공무원은 "남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희생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뿜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전했다.

남씨는 "0.1초, 바늘에 대한 두려움만 이겨내면 남도 도울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며 "나 같은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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