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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 유기동물 보호센터에?…황당한 야생조류 구조실태

송고시간2020-05-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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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보호센터로 구조된 야생조류 치료받지 못해 자연사

위탁한 구청은 묵인…유해조수 비둘기 구조에도 구조비 지급

지난 3일 구조돼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맡겨졌다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진 쇠백로
지난 3일 구조돼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맡겨졌다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진 쇠백로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구조된 야생조류가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맡겨진 뒤 죽어간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자체는 야생조류뿐만 아니라 유해조수로 분류된 비둘기까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맡겨졌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구조비를 지급했다.

지난 3일 소방에 구조된 흰 새 한 마리가 사하구청 당직실에 맡겨졌다.

낙동강하굿둑 인근에서 돌에 다리가 껴 탈진된 상태로 발견됐다.

한눈에 봐도 야생조류로 보이는 이 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 등급 '관심 대상'으로 지정된 쇠백로.

멸종 위기 등급 '관심 대상'은 개체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멸종 우려 범주에 근접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구조된 야생동물은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지정된 야생동물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쇠백로는 야생동물치료센터가 아닌 부산 강서구 봉림동에 있는 유기동물 및 동물보호 관리협회(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옮겨졌다.

이곳은 유기동물이 주인을 찾을 때까지 보호되는 곳으로 주로 개와 고양이 등이 맡겨지며 부산 일선 구청과 위탁계약 돼 있는 곳이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한 시민이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전화해 고양이와 개 사료밖에 없는 센터에 왜 야생동물이 보관돼 있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이게 무슨 새인지 모르겠다", "먹이는 사료를 줄 것이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쇠백로는 물고기나 수생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조류다.

결국 이 시민 부산시에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쇠백로는 시가 지정한 야생동물치료센터인 낙동강하구에코센터로 옮겨졌다.

유기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원의 실수였다"며 "구청에서 판단을 잘해야 했는데 우리는 계약이 돼 있어 가져가라면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구청을 탓했다.

사하구 관계자도 "야생인지 유기동물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야간 당직실에서 벌어진 일로 실수를 인정한다"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기동물보호센터 측에 경고했다"고 말했다.

잘못은 인정하지만, 서로를 탓하며 단순 실수였다는 것인데 정부에서 유기동물 관리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운영하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한 번의 실수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됐다 자연사한 갈매기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됐다 자연사한 갈매기

[동물보호관시스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3일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유기 유실 동물 공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에는 역시 멸종 위기 등급 관심 대상인 갈매기가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폐사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진구에서 구조된 쇠오리(멸종 위기 등급 관심 대상)가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다 입양됐다.

지난해 6월에는 사하구에서 다리 부상을 한 검은 새 한 마리가 같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맡겨졌는데 결국 죽었다.

구조 당시 사진이 흐릿해 조류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기는 했지만 꼬리 모양 등 형태상으로 새매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해 20마리 이상 매를 구조하는 부산 야생동물보호협회는 "꼬리 형태를 봤을 때 새매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야생동물치료센터도 "사진이 흐릿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형태가 새매나 참매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새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지난해 6월 구조됐다 자연사한 새매 추정 야생조류
지난해 6월 구조됐다 자연사한 새매 추정 야생조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유기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우리가 조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매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는 천연기념물일 수도 있는 새를 구조한 뒤 확인도 하지 않고 자연사시킨 것이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야생동물치료센터 한 수의사는 "유기동물보호센터는 주로 유기된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는 곳으로 조류를 치료하거나 먹이를 줄 능력이 없어 자연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곳에 야생동물이 맡겨지고 버젓이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등재되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둘기도 유기동물보호센터서 구조?
비둘기도 유기동물보호센터서 구조?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는 유해조수로 분류되는 비둘기도 구조해 보조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에만 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해 보호한 비둘기만 5마리로 확인되는데 대부분 자연사했다.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유기동물을 구조하면 한건 당 구청으로부터 5∼10만원씩 구조비를 지급받는다.

센터는 유해조수를 구조하고 돈을 받아 챙긴 것이고 구청은 국민 세금을 유해조수를 구조해 자연사 시키는데 지급한 것이다.

최인봉 부산 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야생동물은 환경부에서 인가를 받은 단체나 기관이 취급할 수 있는데 구조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관행처럼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대상이 아닌 야생동물을 보관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사항이며 지자체가 이를 묵인한 것인데 부산시는 유기동물보호센터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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