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SNS 세상] '1일 1깡' 열풍 이유는…20일동안 실천해 봤더니

송고시간2020-05-23 06:00

댓글

(서울=연합뉴스) 이건주 인턴기자 =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백신이 개발되면 돌아오지만, 깡을 시청하기 전의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38)의 노래 '깡' 뮤직비디오에 게시된 누리꾼 댓글이다.

비가 2017년 11월 발표한 곡 '깡' 뮤직비디오가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깡' 영상을 하루에 한 번 필수적으로 시청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1일 1깡'이 유행을 탄 덕분이다.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은 22일 기준 조회 수가 988만건을 넘겼고, 댓글도 10만개를 돌파했다. 댓글난은 "'모닝깡'(일어나서 깡 시청하기)하러 왔다", "깡을 듣고 하루를 마친다" 등 깡 영상에 중독된 이들의 글로 북새통이다.

지난 3일 처음 시청했을 땐 영상이 왜 인기를 끄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30 섹시 오빠',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등 가사가 요새 감성과는 뒤떨어졌고 다소 촌스러웠다. 랩 부분과 리듬 앤드 블루스(R&B) 부분이 번갈아 나오는 것도, 과하다고 느껴질 만한 안무도 마찬가지였다.

영상을 끄려다 무심코 댓글 창을 봤다. 신세계였다.

깡 뮤직비디오 댓글난은 일종의 거대한 커뮤니티였다. "사실 뮤비는 별 관심 없고 댓글 구경하러 오신 분들만 엄지를 슬며시 들어주세요('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댓글에 3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창의적인 '드립'('짧은 농담'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도 끊이지 않았다. "왜 요즘에 활동 안 하세요. 왜 깡깡무소식일깡"부터 "님아, 그 깡을 건너지 마오"까지 다양했다. "깡지순례(깡+성지순례)"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후 '1일 1깡'을 실천해 봤다. 1주일은 댓글에만 눈길이 갔지만 점점 영상 자체에도 관심이 갔다.

20일이 지나자 어느새 비는 마음속 친근한 형이 돼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 '비형'이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는지, 모자를 고쳐 쓰는지 다 외웠다. 결국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깡 영상을 보며 '힐링'할 정도가 됐다.

오늘도 '1일 1깡' 실천 중
오늘도 '1일 1깡' 실천 중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인들이 깡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는 '깡 커버' 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하는 등 제2, 제3의 깡도 늘어나고 있다. 한 여고생이 올린 깡 커버 영상은 21일 기준으로 조회 수만 260만건을 넘겼다. 경기도 여주시 공식 유튜브 페이지에도 깡 커버 영상이 올라왔다.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23)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청했다가 댓글이 너무 재미있어 매일 들어와 보게 됐다"며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 영상과 댓글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일 1깡' 유행에 비도 화답했다. 비는 16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일 1깡은 부족하니 1일 3깡 해달라"고 말하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깡 커버 영상을 올린 한 유튜버
깡 커버 영상을 올린 한 유튜버

[유튜브 채널 '뭉댕 Moonkyu'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 시청자들이 2017년 나온 비의 깡 뮤직비디오에 열광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밈(meme·패러디되거나 변조되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콘텐츠 놀이)' 현상으로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힙합 장르와 비라는 가수가 어울리지 않았고, 노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초기에는 이를 조롱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처럼 되며 인기를 끌었다"며 "이후 관심이 점점 늘고 유명해지다 보니 일종의 밈이 되고, 노래와 가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과거에는 TV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가 수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행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미디어 발달로 수용자가 직접 유행을 만들어 내고 전통 매체가 이를 받아들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며 "한 때 인기를 끌었던 김두한(야인시대의 김영철 분)의 '사딸라(4달러)', 곽철용(타짜의 김응수 분)의 '묻고 더블로 가' 밈과 같이 수용자들은 또 다른 밈을 찾아 유행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깡'이라는 단어가 한국어 특성상 운율도 잘 맞고, 재밌기에 더욱 유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인터넷 기술 발달로 유행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넓어지며, 서로 다른 이들이 '깡'이라는 밈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gunniesta@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