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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영재였던 그는 왜 음악을 선택했을까…작곡가 김택수

송고시간2020-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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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할 때 썼던 분해와 조립...작곡에도 영향"

전화 인터뷰…내달 3일 코리안심포니 '더부산조' 연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분해하고, 이를 다시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화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그랬다. 분자들이 만나서 새로운 반응을 일으키는 것. 화학은 그런 학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화학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서울과학고에 진학했고, 고3 때인 1998년, 제30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IChO)에 나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학과(서울대)로 진학하는 건 그의 운명인 듯 보였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그를 화학자라고 소개해야 옳은 듯하다. 하지만 그는 화학자가 아니다. 주기율표를 다루지 않고, 음표를 다룬다. 작곡가 김택수(40) 얘기다.

화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김택수는 왜 음악을 선택했을까? 지금은 장년이 된 모든 청년이 한때 가졌던 질문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를 되뇌던 시절을 거치면서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대학 때 다른 친구들은 관심 분야가 있었어요. 저는 그런 감이 전혀 없었죠.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음악에 대한 생각은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은 어린 시절부터 쉬지 않고 생각했어요."

그는 유년 시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가요들을 카피해 노래방 반주 만들듯이" 놀았던 기억도 있다. 룰라, 황규형 등 대중가요를 주로 "가지고 놀았다". 록도 메탈도 클래식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었다.

작곡가 김택수
작곡가 김택수

[코리안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황하던 그는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음악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문화를 중시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다.

"국가대표 선수로 화학 올림피아드에 나갔고, 그걸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까지 갔는데 화학을 중간에 그만둬도 되느냐는 고민이 생겼어요. 화학 공부를 끝까지 하지 않으면 나라에 빚지는 거 아닌가? 그런 책임감 때문에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프랑스에 가 보니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어요. 문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국위 선양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음악으로 진로를 틀었죠."

4학년 2학기 때부터 1년 반 동안 대학서 음악 수업만 들었다. 그후 그는 같은 대학 작곡과 3학년에 편입했다. 그 이후부터는 순탄한 길을 걸었다.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뉴욕주 시러큐스대에서 지난 5월까지 교수로 일했다. 올해 가을학기부터는 시러큐스 반대편에 있는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교편을 잡는다.

그는 최근 부친상을 당해 미국서 지난 14일 귀국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생각보다 아버지는 훨씬 빨리 세상을 떠났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계속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 늘 지지해주셨던 버팀목이었으니까.

그는 아버지의 부음을 뒤로한 채 내달 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 연주회 무대에 선다. 연주자가 아닌 작곡자로서다. 코리안심포니는 김택수의 '더부산조'를 연주한다. 2017년 만든 걸 최근 개작했다. 개작된 건 이번에 처음으로 연주된다. 올해 11월 디트로이트심포니, 12월 뉴욕 필하모닉도 '더부산조'를 연주한다.

'더부산조'는 8분 분량의 소곡이다. 하지만 극의 구성과 내용마저 작은 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국악과 양악이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판소리의 자취가 어려있는 산조지만, 듣다 보면 말러 교향곡 같은 느낌도 든다. 서양인의 귀에도 낯설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정서도 느낄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을 뒤섞으면서도 양쪽에 다 말이 되게 만드는 것. 현재의 목표는 그것"이라고 김택수는 말했다.

"화학이란 건 분자들이 만나서 반응하는 것에 관한 공부예요. 저에게 있어 음악도 화학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 요소가 만나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거죠. 선율뿐 아니라 소리, 문화적인 것들이 만나서 반응하는 게 음악이에요. 어쩌면 분해해서 조립하는 저의 습성이 제가 음악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작곡가 김택수
작곡가 김택수

[코리안심포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는 공부하면서 언제나 '영감의 신호'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피곤한 삶이다. 책도 읽지만, 책 자체에서는 영감을 거의 받지 못한다. 대신, 농구 할 때, 커피 내릴 때와 같은 일상에서 창작 소재를 얻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소재에 생각을 덧입히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곡이 나온다. 커피 원두 가는 기계 소리를 소재로 한 8인조 실내악 '쉐이크 잇', 어린 시절 먹던 찹쌀떡에 대한 기억을 담은 무반주 합창곡 '찹쌀떡', 농구공 튀는 소리에 착안한 체임버 규모의 '바운스' 등이 그 예다.

"'더부산조'에서 한 것처럼 지금은 한국적인 걸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서양음악을 공부해 국악이 몸에 배진 않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웃음)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배우든 배우지 않았든 소통이 가능한 음악을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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