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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참사 한 달…화재원인 규명 관건은 '30m의 비밀'

송고시간2020-05-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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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불티로 불 시작됐다면 용접·발화 지점 다른 이유 찾아내야"

또 人災 가능성에 모든 창고 내화성능 마감재 의무화 등 뒷북

사망자 38명 대부분 장례 못 치러…유족들 "너무 쉽게 잊힌다" 상경집회 계획

(이천=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기자 =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난 불로 38명의 근로자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및 인명수색을 하고 있다. 2020.4.29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생명을 앗아간 화마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뒤늦게 추진되고 있다.

유족들은 장례를 미룬 채 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용접불티가 30m 이동?…수사당국, 실험 예정

경찰은 이번 화재의 원인 규명이 사고 책임자를 가려내고 이들을 처벌하는 등의 다른 모든 수사의 출발점이라고 판단하고 화재 원인 규명 작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과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4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에서 산소 용접기와 절단기, 전기톱 등이 수거됐고 화재 발생 직전 용접작업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처참한 화재 현장
처참한 화재 현장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0.4.29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합동 감식에 참여한 기관들은 창고 벽면에 설치된 단열재로 주로 쓰이는 우레탄폼과 용접불티를 비롯한 확인되지 않은 화원(火原)이 만나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당시가 촬영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면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지하 2층에서 용접작업이 이뤄진 곳은 건물 내부인 반면 불이 시작된 지점은 이곳에서 30m가량 떨어진 건물 외벽 부분으로 나타나 용접불티가 화원이라면 거리가 이토록 떨어진 곳에서 불이 시작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용접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티는 1천600∼3천도의 고온으로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에 튀게 되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안으로 타들어 갔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불길이 치솟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안으로 타들어 간 불티가 단열재 내부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그 지점에서 화마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번 참사가 이렇게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합동 감식 참여 기관들은 불에 탄 물류창고 현장을 재현한 모형을 만들어 연소형태가 이처럼 나타날 수 있는지를 실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감식
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감식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지난달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30

◇ 경찰, 발주처 집중 수사…뒷북 조처는 여전

경찰은 화재 원인 규명과 별개로 물류창고 공사가 설계대로 이뤄졌는지, 안전조치 위반 사항은 없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수사는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를 겨냥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발생한 이와 비슷한 사고에서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발주처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고 실제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 업체들에만 사실상 책임을 물어 이러한 사고가 반복된다고 판단, 한익스프레스를 집중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인 건우를 비롯해 열 명이 넘는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현재 형사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이번 참사의 책임이 큰 관계자들을 추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 감식과 수사를 통해 이번 참사가 용접작업 시 필요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또 다른 인재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범정부TF'를 꾸려 화재에 취약한 창고와 공장은 규모와 관계없이 난연 이상 화재안전성능을 갖춘 마감재와 단열재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이천 화재사고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기관 회의
이천 화재사고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기관 회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이천 화재사고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기관 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0.5.8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생전에 대표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해당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유족들 "왜 죽었고 누가 책임지는가"…상경집회 예정

이러한 상황에서 유족들은 조속한 화재 원인 규명과 엄정한 수사에 의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숨진 가족들의 장례를 먼저 치를 경우 이 같은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대부분 장례도 치르지 않았다.

박종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는 어서 사고 원인 규명이 끝나 상황이 마무리되면 각자 고향으로 내려가 돌아가신 분 장례를 치르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왜 돌아가셨는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나오지 않았는데 장례를 먼저 치를 순 없어서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이천 냉동창고 때와 비슷하게 38명이나 되는 목숨이 사라졌는데 너무 쉽게 잊히는 것 같다"며 "많은 유족이 생업을 내치고 분향소에 모여 있지만, 우리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고 이후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에는 이번 참사 사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슬퍼하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유가족
슬퍼하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합동 추모식을 하고 있다. 2020.5.6

한때 하루 일반 조문객 수가 1천명이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50여명이 찾고 있고 정치권의 방문 일정도 뜸해졌다.

이에 유족들은 참사 한 달을 맞는 오는 2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위험을 외주화하는 현 산업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지정 필요성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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