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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박 폭발 때 재난대책본부 미가동, 대피 명령도 못내려"

송고시간2020-06-0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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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본부, '염포부두 선박 화재 대응 백서' 발간…당시 현장 대응활동 문제점 분석

추가 폭발 위기 속 '신속한 인명구조·성공적 화재 진압' 평가도

치솟는 불길
치솟는 불길

2019년 9월 28일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지난해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화재와 관련해 당시 대형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지 못하고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등 현장 대응 활동이 부족했다는 소방당국의 내부 평가가 나왔다.

울산소방본부는 당시 아쉬운 현장 대응 활동 등을 자체 평가하며 개선방안을 담은 '울산 염포부두 선박 화재 대응 백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화재 선박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
화재 선박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

2019년 9월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폭발 대응 때 여러 문제점 노출, 현장 활동 장애

백서 내용 '활동 평가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선박 폭발화재 대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겼는데 이로 인해 원활한 현장 활동에 장애가 됐다고 지적했다고 총평했다.

백서는 부족했던 현장 활동으로 선박 폭발화재 후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과 이후에도 재차 가동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결국 재난대책본부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가동되지 않았다.

또 인근 지역주민 안전을 위한 대피 판단을 유보한 점도 지적했다.

선박 폭발화재로 인해 독성물질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가 될지 파악해달라고 울산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에 요청했지만, 파악이 늦어지는 사이 화재를 급히 진압하면서 주민 대피 명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장 활동 대원 안전을 위해 추가 폭발이나 호흡 독성 물질 누출에 대비한 개인보호장구(공기호흡기)를 착용해야 했지만, 지휘관과 기관 요원 등은 그렇지 않아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봤다.

이밖에 폭발화재가 발생한 모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연결된 자선 바우달리안호를 분리하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때문에 3차례 폭발이 발생했지만, 모선과 로프로 연결된 자선이 분리되지 않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밝혔다.

선체 온도가 200도 이상으로 높아 진입이 불가능했고 연결된 로프가 팽팽해 분리 시 소방대원 생명과 신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결국 해경이 분리했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또 폭발이 발생한 9번 탱크와 선루에 대한 화재 진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진압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 초기 사고 선박 적재물 정보를 요청했는데 바로 받지 못해 적재물질과 특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 등도 자체 지적 대상에 올랐다.

화염에 맞서는 소방대원들
화염에 맞서는 소방대원들

2019년 9월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명구조·화재 진압은 성공적' 평가

백서는 선박 탱크가 폭발하고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소방과 해경이 협업해 46명 선원과 5명 하역 근로자를 안전하게 전원 구조했다고 기록했다.

이는 인명구조 최우선 원칙에 입각한 적극적인 현장 대응 활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백서는 특히 인명구조가 끝났지만, 현장 대원들이 화재 완전 진화를 위해 800도가 넘는 선박 내부에 들어가 진압 중 2명이 부상하는 등의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소방과 해경은 초기에 여러 척의 방제함 등을 투입해 해상과 육상에서 입체적으로 공동대응해 선박 폭발을 막았고, 동구보건소와 울산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부상자를 신속히 이송해 인명구조에 앞장섰다고 소개했다.

울산 특수화학구조대는 소방 드론을 활용해 입체 작전을 펼쳤고, 화학분석차로 실시간 유해화학물질을 측정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 끝에 예상 화재 진압 시간보다 빨리 불을 끌 수 있다고 봤다.

선박 관계자에 따르면 위험물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진화가 어려워 완전 진압까지는 3∼4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속·공격적인 화재 진압으로 18시간 36분 만에 껐다는 것이다.

울산 소방은 이후 시민 안전을 위해 완전 진압 이후에도 현장 안전 점검과 순찰, 유해화학물질 누출 감시·측정, 유사 재난 대비를 위한 유관기관 협약 체결 등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고 했다.

백서는 앞으로 선박 폭발화재 대응을 위해 보완해야 할 사안도 잊지 않았다.

대형 사고 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요청,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안전을 위한 신속한 대피 명령, 위험물 적재 선박에 대한 신속한 정보 수집과 전파 등을 꼽았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선박 폭발화재를 계기로 문제점을 도출해 교훈으로 삼고 선박(특수) 화재 대응에 적합한 소방정 등 장비 도입 정책과 현장에 효율적인 전술을 개발해 현장 대응 능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박 화재로 치솟는 연기
선박 화재로 치솟는 연기

2019년 9월 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 화재로 인해 배에서 화염과 함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울산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울산 첫 대형 선박 폭발화재…46명 구조, 18명 부상

사고 경위를 살펴보면 2019년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큰 불이 났다.

화재 당시 배에는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 외국인 선원 등 25명이 있었는데, 모두 구조됐다.

화염은 옆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 배 승선원 21명도 모두 구조했다.

당시 이 사고로 선원, 하역 근로자, 소방관, 경찰관 등을 모두를 합한 부상자는 18명으로 집계됐다.

선박 폭발화재 원인은 고온이나 고압의 유증기가 선박에 있는 탱크 파열 부분에서 발생한 마찰열 또는 중합열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사기관인 해경은 9번 탱크에 실려 있던 화학물질인 '스타이렌 모노머'(SM·Styrene Monomer)는 인화점이 섭씨 31도로 낮아 탱크 내부 온도가 적절히 유지돼야 하는데, 스타이렌 모노머 온도가 계속 상승해 결국 중합반응에 의한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울산항 물동량 통계를 보면 전체 취급량이 2억200만t으로 전국 3위이고, 이 중 액체화물 처리실적이 1억6천600만t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리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대규모 액체화물 취급은 대형 재난 발생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며 "이 백서는 향후 울산 선박 폭발화재 같은 유사한 사고에 참고서 같은 교본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간했고, 전국 소방관과 유관기관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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