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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주 해군기지 반대글 삭제한 해군에 배상책임 없어"

송고시간2020-06-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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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워"…파기 환송

강정마을과 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과 제주해군기지

2017년 12월 서귀포시 1100도로 거린사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정마을과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글을 삭제한 해군의 조치가 국가 배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해군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가 삭제당한 A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6월 9일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항의 글과 공사 중단 요청 글을 남기자"는 제안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은 수십차례 리트윗됐고, 같은 날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A씨가 올린 글을 포함해 같은 취지의 글 100여건이 게시됐다.

해군은 A씨 등이 올린 글이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을 담고 있어 국가적으로나 제주 강정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문을 게시한 뒤 관련 게시물을 일괄 삭제했다.

해군의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규정은 게시물이 정치적 성향을 보이거나 특정 기관·단체를 근거 없이 비난할 때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 등 3명은 해군 측의 게시글 삭제 조치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1인당 70만원의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해군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군 담당자가 A씨 등이 올린 게시물을 정치적 성향의 글로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삭제 조치가 국가배상 책임이 있는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정치적 쟁점이었다는 점, A씨가 해군기지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2심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돼야 한다"며 국가가 A씨 등 3명에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 글을 삭제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표현의 자유에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표현을 유지하고 존속할 자유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비판 자체를 배제하는 공권력의 행사는 정당성이 없지만 해군의 게시글 삭제 조치는 국가 배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결이 나온 점,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게시글 삭제 조치가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 집행'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반대 글 게시로 '항의 시위'라는 1차적 목적이 달성됐다며 국가기관이 항의 시위의 결과물인 게시글을 일정 기간 보존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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