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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지게꾼 품삯으로 이웃 도운 설악산 작은 거인 임기종씨

송고시간2020-06-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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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암자 등 물품 운반비 모아…부족 비용 막노동·아르바이트로 충당

"이웃돕기는 생활로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 2012년 대통령 표창 수상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지게를 지는 일이 생활의 한 부분이 돼 그만둘 수 없게 됐습니다."

설악산 오르는 임기종씨
설악산 오르는 임기종씨

[임기종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30년 가까이 품삯을 모아 이웃을 돕는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63)씨는 "생계때문에 시작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설악산의 각 사찰과 암자에 필요한 물품을 지게로 운반해 주는 이른바 '지게꾼'이다.

사찰이나 암자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주문한 물품을 지게에 얹고 비좁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설악산의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임씨가 지게를 지고 설악산 곳곳을 누비며 받는 품삯이 주 수입원이다.

그는 지게꾼으로 힘들게 번 돈의 대부분을 요양 시설이나 특수학교 장애인, 홀몸노인 등을 위해 쓰고 있다.

임씨는 "지금까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 돈이 아마 수천만 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은 선행을 하게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기도 했던 그는 열 여섯살 때 설악산에 들어와 지게꾼이 됐다.

지금은 임씨가 설악산의 유일한 지게꾼이지만 당시만 해도 설악산에는 사찰 이외 산장과 휴게소, 음식점들이 많아 이들 업소에 날라야 할 물건도 많았고 지게꾼 또한 한두명이 아니었다.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씨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씨

[임기종씨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산장이나 휴게소에서 등산객들에게 판매할 각종 물품은 물론 이들 시설에서 사용할 액화석유가스(LPG)와 100㎏이 넘는 냉장고 등 날라야 할 물건도 다양했다.

어떤 물건이든 요청만 들어오면 임씨는 이를 지게에 얹고 설악산을 오르내렸다.

눈, 비가 오는 날도 가리지 않았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작업량이 많을 때도 있었고, 넘어져서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는 지적장애를 앓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아들까지 심한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온종일 지게를 지고 설악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임씨가 장애가 있는 아내와 아들을 혼자서 돌보기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이에 임씨는 강릉의 한 시설에 아들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아들을 시설에 보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죄책감에 힘들어하던 그는 그때부터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

아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는 대신 아들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보살펴 드리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었다.

이때부터 임씨는 짐을 날라주고 받는 품삯 등 수중에 돈만 생기면 무조건 이웃돕기에 썼다.

설악산의 작은 거인 임기종씨
설악산의 작은 거인 임기종씨

[촬영 이종건]

임대아파트에 살아 생활비는 장애인 아내 앞으로 나오는 정부 보조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었다.

장애인시설에 위문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쌀과 라면 등 생필품을 사다 드리고 속초지역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어르신 효도 관광도 시켜드렸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져 2012년 국민추천포상 대상자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그의 나눔은 이어졌다.

어버이날인 지난달 8일 속초지역 한 아파트단지 경로당 어르신 20명을 초청해 충북 제천 비봉산으로 효도 여행을 다녀왔다.

효도 관광 비용 역시 물건을 나르고 받은 품삯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그 많던 설악산의 상가와 휴게소가 수년 전부터 진행된 공원정비 사업으로 철거돼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지게를 지고 받은 품삯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설악산에 있던 산장이나 휴게소, 식당들이 모두 철거된 이후 지게를 지는 일은 암자 2개에 물건을 날라줄 때나 대피소나 공사장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물건 운반을 요청할 때밖에 없어 고민이다.

이 때문에 임씨는 일거리가 없는 날에는 건물철거 현장 막노동과 이삿짐 운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설악산의 작은 거인 임기종씨와 아내 최순덕씨
설악산의 작은 거인 임기종씨와 아내 최순덕씨

[촬영 이종건]

임씨는 "품삯만으로 이웃을 돕기가 부족해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충당한다"며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것이 지금은 생활의 한 부분이 돼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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