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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가 원하는 건 정의"…철조망 백악관 주변은 '추모의 장'

송고시간2020-06-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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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성지'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 2.5m 높이 철조망 등장

즉석 기도·공연·연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곳곳 추모 집회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대 가두연설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대 가두연설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현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0.6.4 z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의!", "어떻게? 사람들의 힘으로!", "플로이드를 위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진 사건에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10일째를 맞은 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주변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격화한 시위가 이틀 전부터 잦아들면서 평정을 되찾아가는 가운데 이날 시위 역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추모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백악관과 맞붙어 평소 시위 장소로 활용돼온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는 약 2.5m 높이의 철조망 담장이 둘러쳐져 백악관 접근은 물론 공원 진입도 아예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에 시위대는 공원 건너편의 세인트존스 교회 앞 도로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 교회는 지난 1일 당국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찾은 곳이다.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군중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군중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에서 군중이 손을 들어 호응하는 모습 2020.6.4 zoo@yna.co.kr

플로이드가 희생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날 영면을 기원하는 첫 추모식이 열렸고, 워싱턴DC에서도 시위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선 목회자들이 교인들과 함께 서서 플로이드의 영면을 기원하는 즉석 기도와 예배를 올렸다.

워싱턴교구 소속으로 메릴랜드에서 교회를 이끄는 피터 J. 댈리 목사는 플로이드의 이름과 함께 유사 사건 피해자 9명의 이름이 적힌 패널을 들고 고인을 애도했다.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도중 기도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도중 기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에서 목사가 기도하는 모습 2020.6.4 zoo@yna.co.kr

인근 미국영화협회 건물 앞에선 밴드 연주자들이 시위대를 위해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다양한 선율로 시위대의 흥을 돋우며 호응을 끌어냈다.

라파예트 공원 철조망 앞에 모인 군중은 백악관을 향해 몇 초 동안 함성을 내지르면서 거센 항의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더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는 '오늘은 시위, 내일은 투표', '투표로 저항하라' 등 선거를 통한 변화를 요구하는 문구도 내걸었다.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도중 공연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 도중 공연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 현장에서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 2020.6.4 zoo@yna.co.kr

백악관 주변 동서남북의 도로가 모두 폐쇄되고 주요 집회 장소인 라파예트 공원마저 봉쇄되자 시위대는 산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행진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공원 앞을 지나면서 그곳에 먼저 자리 잡은 시위 군중과 어우러져 함께 구호를 외친 뒤 링컨 기념관까지 걸어갔다. 다른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한 다음 날 찾아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지를 향해 행진했다.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대 행진
미국 백악관 인근 시위대 행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 현장에서 행진하는 시민들 모습 2020.6.4 zoo@yna.co.kr

워싱턴DC에 사는 흑인 부부인 이언(33·남)과 카산드라(34)는 준비해온 물과 간단한 음식 꾸러미를 시위대에 나눠주면서 힘을 보탰다.

이언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의 힘으로 이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과거 흑인을 차별했던 '레드 라이닝(red lining)' 관행이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구조적으로 더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드 라이닝'은 과거 미국 은행들이 빈곤층 흑인 거주지역에 빨간 선을 그어 표시해놓고 그 지역 흑인에게는 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준 데서 유래한 것으로, 피부색과 소득·계층에 따른 차별을 뜻한다.

대학생 라이언(19)도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차별과 분열, 갈등에 질렸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백인 남성 해롤드 월폴은 "플로이드 사건은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흑인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그게 정당화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인근 항의시위
미국 백악관 인근 항의시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4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에서 함성을 외치는 모습 2020.6.4 zoo@yna.co.kr

펜스 안쪽의 공원 내에는 주 방위군을 포함해 중무장 경찰 등 다수의 경비 인력이 있었지만, 시위대와의 대치 등 긴박한 움직임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는 전날에 이어 평화적으로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밤에는 워싱턴DC에 갑자기 폭우가 내려 상당수 시위 인파가 빠져나가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수와 음식물, 손 세정제 등을 마련해 무료로 시위대에 나눠주고 군중이 떠난 자리를 치우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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