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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n] 산사태로 떠밀려온 석탄재…지자체 "예산 없다" 나 몰라라

송고시간2020-06-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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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뒤늦게 배출…복구 예산 다 써버려 처리 못 해줘"

피해자 "국가와 지자체 왜 존재하는지 의문"

한 달째 공장 외부에 방치되는 석탄재 포대
한 달째 공장 외부에 방치되는 석탄재 포대

[촬영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우리가 잘못해서 재해를 입었나요. 피해 본 것도 억울한데 공장을 덮친 시꺼먼 석탄재까지 우리 돈으로 치워야 하나요?"

지난해 10월 전날 내린 100㎜가량 비로 수십 년 전 인위적으로 쌓은 거대한 석탄재 산이 무너졌다.

일가족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 아래 피해 공장들은 밀려든 검은 석탄재와 함께 순식간에 빚더미에 내몰렸다.

하지만 국가, 지자체, 토지 소유자 등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피해자들은 토지 점유자 국가(국방부)와 붕괴 지점 토지 소유자(동아학숙)를 상대로 피해 보상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산사태 당시 공장으로 밀어닥쳤던 석탄재 등 폐기물(100t) 처리에 대해 모두가 '나 몰라라'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공장 측은 "피해 보상 소송에 따른 증거 보전 문제가 일단락된 뒤 뒤늦게나마 석탄재를 처리하려 했는데 지자체가 '복구 예산을 다 써버려 치워 줄 수 없다'며 외면, 산사태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인근에 쌓여 있는 석탄재와 폐기물
공장 인근에 쌓여 있는 석탄재와 폐기물

[촬영 손형주 기자]

18일 취재진이 지난해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A공장을 찾았다.

산사태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장은 멈춰 있었고 곳곳에서 검은 석탄재가 휩쓸고 간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공장 외부에는 시꺼먼 석탄재와 폐기물을 담은 포대 자루 수십 개가 한 달째 널브러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쌓은 산이 무너져 내렸고 멀쩡하던 공장은 8개월째 가동이 중단됐는데 산을 만든 사람이나 재난을 관리해야 하는 국가와 지자체 모두 피해 보상은커녕 공장을 덮친 석탄재까지 우리 돈으로 버리라고 한다"며 하소연했다.

이 공장은 재해보험에 가입해둔 터라 보험사에서 최근까지 손해사정을 진행했고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증거 보전 문제로 공장 내부를 수개월째 치우지 못했다.

지난달 법원이 다녀간 뒤에야 공장 내부에 있던 석탄재 등 폐기물 100t가량을 처리하기 위해 공장 밖으로 꺼냈다.

산사태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허로 남은 공장 내부
산사태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허로 남은 공장 내부

[촬영 손형주 기자]

이후 피해 공장에서 나온 석탄재 등 폐기물 처리를 도와달라고 사하구에 문의했지만 직접 돈을 주고 버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장은 황당했다.

공장 관계자는 "사하구가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복구 예산까지 편성해 복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장으로 덮친 석탄재까지 공장 돈으로 치워야 한다면 과연 국가와 지자체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이 공장이 폐기물을 늦게 배출했고 이미 편성된 복구 비용 예산을 다 써버린 상황에서 뒤늦게 처리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올해 2월 마지막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고 고지했지만, 그때도 공장이 증거보전을 문제로 버리지 않았다"며 "편성된 예산을 다 써버린 상황에서 뒤늦게 폐기물을 처리해달라고 하면 추경을 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하구에 따르면 구는 성토사면 붕괴에 따라 무너져 내린 석탄재를 처리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예산 38억원(국비 26억원, 시비 12억원)을 편성했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으로 지금까지 석탄재 등 폐기물 2만8천t을 처리했고, 이달 말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도로 정비, 사방댐 건설 등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사태 복구에 구 예산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상황인데 피해 업체가 공장으로 밀어닥친 토사를 치워달라고 하자 이를 예산 부족으로 거절한 것이다.

석탄재가 섞인 폐기물 100t을 처리하는 데는 1천만원가량이 들어간다.

공장 관계자는 "산사태가 난 뒤 청와대부터 야당 대표, 지역 국회의원 등 모두 내려와 피해자 애로사항을 청취할 때는 뭐든 다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8개월이 지난 지금 모두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8개월이 지나도 여전한 상처로 남은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8개월이 지나도 여전한 상처로 남은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올해 6월 연합뉴스가 드론으로 촬영한 성토사면 붕괴지점. 책임소재를 두고 8개월가량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장마철을 앞두고 국방부가 임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쪽 사방댐은 사하구가 복구 예산을 들여 건설하고 있다. [촬영 손형주 기자]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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